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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wa Feb 12. 2016

버리며 시작하는 길

D-89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가야겠다 생각했던 순간부터 언젠가는... 하면서 마음에 품고 있던 곳이 있다.

스페인에 위치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이라고도 불리는 길이다. 가고 싶다 생각만 하고 이제껏 가지 못한 이유는 일상의 모든 것을 멈추고 시간을 낸다는 것이, 그로 인한 일상의 공백이 그리고 몇 년 전 크게 다쳤던 나의 다리가 오랜 시간 배낭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득 지금이 아니면 다시 도전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속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꿔 보기로 하고 무작정 항공권을 예약해 버렸다. 아직은 많이 두렵지만 그런 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보자  마음먹고  그것부터 하나씩 기록해보려 한다.


"Buen Camino."



5월 10일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50일 동안 스페인을 거쳐 포르투갈까지 걸어볼 생각이다. 

우선 마드리드로 들어가 톨레도와 세고비아를 둘러본 뒤 생장드피에르포르에서 시작하는 '프랑스길'에 도전하기로 했다.  800km를 걸어 산티아고에 도착한 후 조금 더 갈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다면 '세상의 끝'이라는 '피스테라'까지 갔다가 포르투갈로, 그리고 포르투갈에서는 포르투와 리스본으로 향할 예정이다. 리스본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지이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에는 세비야나 그라나다, 바르셀로나 같은 스페인의 다른 도시들도 가야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날짜를 쪼개 다녀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곳저곳 가보겠다 욕심을 부리다 보면 이번 여행의 목적인 걷는 것에 집중하기 힘들겠다 싶어 전부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저것 하겠다 욕심 부리지 않고 여행의 짐을 최소화하면 가볍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욕심을 버리니 그만큼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을 둘러보는데 소비되는 시간이 없어져 조금은 느리게 걸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느리게 걸으며 쓰고, 그리는 시간들 또한 생긴 것 같아 이제는 욕심 부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무언가 버리니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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