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팜플로냐
마드리드에서 출발지인 프랑스 생장드피에르포르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팜플로냐까지 이동하고 팜플로냐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만 한다. 팜플로냐까지는 대략 6시간 정도 걸리니 아침 10시반 차를 꼭 타야 하루만에 생장에 도착할 수가 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일찍 길을 나섰다. 전날 미리 티켓도 사두어서 못갈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왠걸 버스 승착장을 잘못 알아서 엉뚱한 곳에서 기다리다가 버스를 놓치고야 말았다. 우리나라처럼 표시가 잘 되어 있지도 않았고(물론 내가 못찾았던 것 일수도 있다.) 지나가던 경찰에게 물어본 터라 그곳이 맞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던거다. 그 경찰관은 어디를 알려준것인가..
너무 놀라서 뛰어다녔지만 버스는 이미 떠났고 버스 시간을 바꾸니 10유로 정도를 더 내야만 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나에게도 화가 나고 계획한데로 가지 못할수도 있다는 마음에 다음 버스를 타고 어쨌든 출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동 중에 본 풍경은 아름답기만 했다.
이동 시간이 길어질 수록 생장에 못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팜플로냐에서 생장으로 가는 버스는 2시반, 5시반 두 대뿐이다.
역시나 팜플로냐에 6시가 다 되어 도착했고 더이상 속상한 마음 보다는 어쩔수 없다는 마음에 체념하며 팜플로냐에 짐을 풀기로 했다.
스페인 버스는 중간중간 마을에서 많이 정차하는데 딱히 방송같은걸 해주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가 어딘지 신경을 곤두섰고 그래서 팜플로냐에 도착했을 때 그것만 신경쓰느라 가지고 탄 등산스틱을 놓고 내렸다. 알베르게로 이동하던 중에 알게 된 그 사실은 또 다시 나를 울고 싶게 했지만 어쩌겠는가.
버스터미널에서 알베르게까지 찾아가는 길에 동행해준 친절한 스페인 아저씨들도 만났고
알베르게에서 반가운 한국사람들고 만났으니 괜찮다.
한국 친구들은 알베르게 곳곳을 알려주었고 스틱도 생장에서 사면되니 걱정말라고 다독여 주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첫날 잃어버린게 많았다고 위로도 해주었다.
그래. 처음이니까. 처음은 누구나 서툰거니까. 그럴수도 있는거다. 괜히 이런일로 조급해하거나 초조해질 필요는 없지 싶다. 어찌보면 별거 아닌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