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여행_전라북도 고창
시론
_미당 서정주
바다속에서 전복 따 파는 제주해녀도
제일 좋은 건 님 오시는 날 따다 주려고
물 속 바위에 붙은 그대로 남겨둔단다.
시의 전복도 제일 좋은 건 거기 두어라.
다 캐어내고 허전하여서 헤매리오?
바다에 두고 바다 바래여 시인인 것을......
전라북도 고창에 가면 '국화 옆에서'라는 시로 유명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문학관이 있다.
넓은 평야와 나지막한 산자락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평화로운 마을 한 켠에
지금은 폐교가 된 학교를 꾸며 만든 곳이다.
그리고 그 문학관 바로 앞에는 '국화꽃 필 때 즈음'이라는 이름의 작은 카페가 있다.
이 곳은 몇 해전 고창으로 귀농하신 친구의 부모님이 사시는 곳이다.
어머니는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시고
아버지는 문학관의 해설사로 또 고창운곡남사르습지의 관리인으로 근무하시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계신다.
카페는 친구가 집 한쪽에 있는 창고를 아버지와 하나씩 개조해 만들었다고 한다.
과거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신 이력 때문에 생긴 지금은 찾기 힘든 LP판들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고창의 유명한 특산물인 국화꽃으로 만든차, 복분자로 만든 쉐이크 등을 마실 수 있다.
(친구가 서울에서 스타트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카페가 문을 닫고 있는 날이 연 날보다 많다는 게 함정이다.)
크기는 작고 메뉴도 많지 않지만
더운 여름날 오고 가는 여행자들이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쉬어 갈 수 있는 고마운 곳이다.
카페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의 담벼락과 지붕에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벽화마을이 나온다.
살고 계시는 할머니의 활짤 웃는 얼굴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고창의 특산품인 국화꽃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예쁜 그림들이 그려진 낮은 담벼락과 지붕이 넓게 펼쳐진 평야와 어우러져
동화 속에 등장할 것 같은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7월의 마지막 날 떠난 1박2일의 짧은 여행은
너무 뜨겁고 짧은 일정이었던지라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10월, 국화꽃이 필 때 즈음
이 곳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그 즈음 열릴 국화꽃축제와
지금은 초록색 물결로 일렁이지만
황금빛으로 물들게 될 논,
그리고 친구네 텃밭에서 열릴 풍성한 열매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