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EEN Mar 11. 2019

못된 사람에 대한 고찰

이리저리 다치고 억울하여 못되어져 버린 사람들

  혼자 생각하거나 친구와 카페에서 나누던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혼자 떠들어보려 한다.

  건방지게도 나는 어딘가 모 나보이고 못되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불쌍하게 생각한다. (아주우 오만하다) 충분히 느긋하고 여유 있고 순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상황인데 혼자 모나고 뾰족하게 굴어 갈등으로 치닿길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어디서 저리 될 만큼 상처를 받았고, 어떻게 하다 저리 말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지경이 되었을까' 하고 그 사람이 고군분투해야만 했던 과거에 대해 안타까움(보다 짜증과 분노를 사실)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당신이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꾸밈없이 선하다면 호불호를 떠나 안심은 해도 되는 것이, 평생 착하고 순하게 살 수 있도록 주변에서 그를 못살게 굴지 않았고, 이를 아득바득 갈아야 할 만큼 분하게 져본 적이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별 풍파 없이 산 사람은 못돼 지지 않아도 착하게 숨 쉬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진 사람조차도 본인 기준 매서운 바람이 한 번쯤은 있었을 테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착한 사람은 마냥 순진무구하고 바보 같아 보이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내가 좋아하는 착한 사람) 사실 예민하고 까칠하다. 이 정도 세월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왔다면 늘 잔잔한 호수에서 튜브 끼고 물장구만 치며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분하고 억울하여 못되고 악해질 뻔한 위기도 겪고 그랬을 거다.

그런데 그 못되고 나빠질 뻔한 고난을 잘 이겨낸 사람, 남을 탓하며 자격지심을 키우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 온 사람, 그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들은 분명히 착한데 겉으로 보기에는 성질이 더러워 보이고, 말을 툭툭 내뱉는 것 같지만 가시는 없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착함을 지키느라 까칠해진 사람들이다. 깨물면 이빨 자국이 살짝 남지만 본인도 엇비슷하게 괴로워하는 사람이지, 부러 사람을 찌르는 못된 언사를 하고 그것으로 성취감을 느끼는 부류가 아니다.


못된 사람의 성취감은 자신이 아닌 남에게서 오는 것 같다. 억한 심정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자신이 뭔가를 해내는 것보다 남을 깎아내리는 일에 더 집중하고, 그래야 자신이 이겼다는 성취를 느낀다.

그들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는지 보다 어떻게 말하면 상대의 기를 죽일 수 있는지와 무엇이 상대의 취약점인지가 더 중요하다. 남을 들여다보느라 나를 보지 못하니 불쌍하지 않을 수가 없다.


흔히 못된 성품은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오냐오냐 키워져 자기밖에 모르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그런 환경일수록 쉽게 못된 사람이 되는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자라는 동안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해도 단 몇 가지를 잃었을 때 그들이 여유롭게 극복했다면 굳이 힘들여 못되어질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안 되는 부족한 것에 집착하고 여유롭지 못한 마음이 되어 위기감을 느끼고 조급하였기 때문에 못된 성품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때문에 아주 작은 고비도 사실보다 과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3살이지만 벌써부터 못돼 져 버린 사람들도 종종 본다. 그들이 성찰 없이 그대로 나이가 들어 어릴 적 조급함을 유지하게 되면 서른에도 장난감을 나눠가지지 못하던 세 살배기 시절과 같은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나름의 고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냈는지에 따라 나약하여 져버렸거나 너무 많은 고난을 겪은 사람은 못되지고, 남을 탓하지 않고 튼튼하게 겪어 나온 사람은 착하고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저 내가 삼십 해 정도 살며 겪은, 나에게는 특별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일반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이런 생각을 거듭하여 나름의 견해 혹은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최근에 겪은 사람들을 기준으로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론 이렇다. 자신이 못되고 못된 것은 똑 부러진 것이라 생각하여 그것을 자랑삼아 농담하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농담 삼아 자랑이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 사람도 있다.

인간은 같은 것을 봐도 다른 생각을 하니 이제껏 본 것만 수만 가지이기 때문에 서로 생각이 너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것이 모난 채로 단단하게 굳어져서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어 보이는 사람과는 많은 것을 나누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나는 자신이 엄청 착하고 예민하고 까칠하지만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입장인데 이런 나에게도 못되고 못난 모습 같은 게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내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지를 생각하는 인간이고 싶다. 남을 어떻게 깎아내리면 내가 더 나아 보일지가 아닌.


못되어진 사람은 안됐다 생각하고 불쌍히 여기지만 그냥 너랑 안 놀아.



-혼자 멍청하게 양치질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