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는 일본에서 일요일 오후 6시반부터 30분동안 방송되는 "사자에상(さざえさん)"이라는 애니메이션이며, 이 방송이 끝나면 월요일이 온다는 생각에 우울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참고로 "사자에상" 원작 만화는 1946년에 연재를 시작하였고, 애니메이션은 1969년부터 방송되고 있는 장수/국민 만화다. 아무래도 오래된 작품이다 보니 캐릭터 설정이나 내용은 시대에 맞지 않은 느낌이 있지만 일본에 오래 살면 일요일에 사자에상이 없으면 약간 허전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생활에 스며둔 애니메이션이다.
다시 "증후군" 이야기를 하겠다.
이 증후군은 어떤 병보다도 환자가 많지 않을까 싶다.
나도 이 증상을 앓고 있다.
검색해보면 수많은 처방전들이 나오긴 하나 그래도 완치자는 없을 것이다.
잠깐 괜찮은 주가 있더라도 금방 다시 우울해지는 타이밍이 온다.
현재 나는 한국에서 살고 있어 사자에상을 일본과 동일한 시간에 볼 수 없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일요일 7시에 우울해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사자에상 증후군"을 벗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현실은 7시보다 훨씬 전에, 일요일 오후만 되면 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마치 히어로물 영화에서 적이 여러 차례에 걸쳐 등장하듯이 1시간 간격으로, 30분 간격으로, 10분 간격으로, 여러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하나씩 찾아오게 되었다.
표현할 말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사자에상을 보든 말든 결국 우울해졌고 학생이었던 일본 거주시와 달리 직장인이 된 만큼 더 증상이 심해졌다.
그냥 "사자에상 증후군"이 아니라 "일요일 증후군"이 된 셈이다.
내 일요일 오후는 이렇다.
17시쯤 저녁 준비를 할 때.
내일은 이런 식으로 천천히 저녁 준비를 못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기력함이 내 안에 자리 잡는다.
저녁을 먹고 나서 정리한 다음 가족과 영화를 본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지만 이런 시간을 다음 주말까지 가지지 못한다는 생각에 슬퍼진다.
그리고 이 영화가 끝나면 벌써 20시...
슬픔이 마음 속 공간을 차지한다.
영화를 보고나서 설거지했던 그릇들을 정리하고, 세수를 끝내고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중간에 가족과 담소를 나누면서도 갑자기 불안해진다.
또 바쁜 날들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잘 대처할 수 있을까.
불안함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침대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소설책을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우울하다.
금요일에 남겨둔 업무 생각이 난다.
내일은 그것부터 처리해야겠군. 머릿속에서는 이미 컴퓨터를 켰다.
근데 처리하다가도 급한 연락이 오면...그 때는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공포와도 닮은 걱정이 내가 누울 자리에 먼저 누웠다.
내 자리가 좁아진다.
이렇게 글로 정리해보면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 내 안에 앉혀놓고, 천천히 요리한 여유로움, 영화를 본 만족감, 가족과 담소를 나눈 즐거움,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흡족함은 내 안에 들어올 것을 금하고 있다.
잠시 들어와도 앉을 자리가 없어 어디론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마침 최근에 읽었던 수필에도 이런 글이 있었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하면 오늘과 현재를 잃게 되고, 그리하려 현실을 잃어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