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기름 값이 말도 안 되게 비쌌다. 조금 나아졌나 싶지만 여전히 비싼 편인 것 같다.
나도 연료를 비롯한 필수품들의 고물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일단 차의 연료에 대해서는 잠깐 옆에 두고.
사람의 연료는 뭘까.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돈이나 소비행위에서 얻는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소비행위도 돈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하나로 묶어서 "돈"이겠다.
돈을 위해 사람들은 한 개도 버거운 일을 두 개, 세 개씩이나 한다.
생계유지를 위해서, 원하는 걸 가지기 위해서, 자녀교육을 위해서, 치료를 위해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튼 "돈"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나도 그럴까.
물론 돈도 중요하다. 돈으로 움직이기는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한 건 시간을 돈으로 바꾸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30대가 된 지금 나를 더 빨리, 더 쉽게 움직이게 하는 건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해야 한다. 하면 돈을 준다"
"이걸 해야 한다. 안 하면 혼난다"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나는 후자 때 더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즉 하면 보상을 받는 것보다는 안 했을 때 닥치는 위기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두려움", "불안함", 놓치게 됐을 때의 "아쉬움"을 너무나 잘 알게 돼서 미연에 방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걸 해야 한다. 안 하면 싸움이 일어난다"
"이걸 해야 한다. 안 하면 바퀴벌레가 나온다"
"이걸 해야 한다. 안 하면 사람들이 너를 싫어한다"
내가 무서워하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면 피하기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고 최선을 다한다.
결과적으로 나를 지키게 된다면 안 좋은 원동력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내 연료에는 이런 종류 밖에 없다니 참 슬프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나 부정적인 연료인 것 같다.
"안 하면"보다 "하면"을 원동력으로 삼고 싶고 위기 회피에 집중하기보다는 보상을 위해 달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잃어버릴까 봐 사수하는 게 아니라, 새로 얻으려고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그래도 된다.
위기가 와도 피하거나 견딜 방법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니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 조금씩...이라는 생각을 주유소를 지나면서 해본다.
아직 구할 수는 있기에.
채울 기회는 남아 있기에.
(실제로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믿을 힘은 남아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나를 긍정적인 연료로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