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 자매의 둘째로 태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막내로 태어난 줄 알았는데 7년이 지나 여동생이 태어나 막내가 아닌 둘째가 되었다.
그게 상관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없겠지만) 나는 자주 "중간에 있는 아이"가 되었다.
엄마와 언니 사이. 엄마와 동생 사이 등 가족끼리의 대화에서도 자주 그랬다.
학생 때에는 친구 두 명을 사귀면 꼭 그 두 명이 싸우게 돼 내가 중재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느 쪽 편인지에 대해 오해를 받아 둘과 사이가 틀어진 경우도 있었다.
학원에서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에는 학생과 학원 상담원 사이에 껴서 수업 시간이나 레벨을 조절했다.
현재 직업도 납품을 받아 검수 후 다른 곳으로 납품을 하는 일을 하고 있어 중간에서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30년을 넘게 이렇게 살아왔다.
묘한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고, 양쪽에서 나를 믿어주는 것 같아 흐뭇해지기도 한다.
"이런 역할을 잘하는 나...... 대단하네" 이런 식으로.
하지만 근본을 따지면 나는 이 역할이 힘들고 지겹다(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몇 년을 해도 사이에 끼는 건 익숙하지 않다.
늘 양쪽에게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이 지속되고 괴로워지다 보면 억울함도 느낀다.
"직접 얘기해."
이 말도 가능하면 해본다.
하지만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거절을 못하는 바람에 나는 오늘도 "중간"이라는 라벨이 붙여진 의자에 앉는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또 그 역할을 포기했을 때 내가 잊힐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먼저 "나"를 아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문제 해결은 당사자들을 믿고 맡기고 그 시간에 나를 좀 더 돌봐주는 그런 사람이.
하지만 쉽지 않다.
나를 못 믿는데 남을 믿기는 어렵고 작은 실수 하나에 자신에게 며칠 동안 벌을 주는 나는 나를 아끼는 사람과 거리가 멀다.
노력은 하지만, 여전히 멀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1대 1의 관계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아무도 우리 사이에 없고, 내가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닌.
물론 갑도 을도 없고 앞도 뒤도 없는 그냥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사람과의 관계.
그런 관계 덕분에 내가 자유롭고 오늘도 소리 내어 웃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1"을 챙기는 방법도 익힐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