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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없는 싸움
그러니 마음 편하게
by
Illy
Jun 7. 2023
집안일은 끝이 없다. 요리나 빨래, 청소 말고도 자잘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청소기 먼지통을 비우고, 쓰레기봉투를 새로 세팅하고, 빨래를 분류하고, 리필 세제를 용기에 담고...
매주 매일 계속되는 끝없는 싸움이다.
먼지는 또 어디서 날아오는지. 머리카락은 얼마나 빠지는지.
곰팡이는 방심하면 나타나고 배는 어김없이 고파온다.
맞서야 할 적들이 이런 것들이니 이건 자연과의 싸움이다.
설거지나 손빨래, 욕실청소 등은 덜 귀찮고 기분전환에도 효과적이어서 오히려 좋아하는 편인 반면 정리를 싫어한다.
잘하고 싶은 욕심은 넘치는데.
잘 갠 수건이나 옷을 옷장에 정리하는 일.
분명히 원래 옷장에 있던 옷들인데 다시 넣으려니까 자리가 없다.
설거지를 하고 다 마른 식기를 찬장에 넣는 일.
어차피 다시 쓴 텐데 하는 생각에 귀찮아진다. 그래도 먼지라도 쌓일까 봐 정리하긴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먼지와 곰팡이가 갑이니 어쩔 수 없다.
책장에 있던 공책들은 날이 갈수록 책상 위에 쌓여가고 의자는 조금씩 옷으로 덮여 그 모습을 감춘다.
왜 이렇게 정리를 못할까 하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있었다.
청소기를 돌리기가 너무나 귀찮아서 더 귀찮은 책장 정리에 손을 댔다가 일이 커져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진 적도 많다. 그리고 실제로 포기했다.
가만히 있으면 바닥은 먼지 투성이어도 적어도 책장은 멀쩡했을 텐데 하는 후회만 남았다.
SNS에서 청소나 요리 재료 소분 팁, 잘 정돈된 집을 공개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고 부럽다.
물론 그런 사람도 때로는 게으르고 때로는 집이 어수선할 때가 있겠지만 나는 공개할 수 있는 날이 없을 것 같은데 대단하다.
나도 집을 돌아보면서 공개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본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 작은 패배감을 느낀다.
감정이 거기까지 갔다가 멈췄다.
내가 할 예정이 없는 공개 생각을 왜 하고 있을까.
스트레스를 받든 귀찮아서 누워있든 언젠가 나는 다시 청소기를 돌리고 옷을 개고 있을 것이다.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먼지와 곰팡이, 청결에 대한 의식, 미적 감각이 상대인 만큼 애초에 완전한 승리는 없는 싸움이다.
매일(혹은 2~3일에 한 번?) 도전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끔은 미뤄도 된다고 그렇게 나를
위로해 본다.
매일 있는 일에서 부담감을 느끼면, 지치면, 도전할 힘도 사라질 테니.
적당히
(내가)
쾌적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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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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