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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Vol.6 몇 번의 죽음

멕시코 악테알의 비극

by Illy

1997년에 멕시코에서 일어난 "악테알 학살사건"에 대해 정리해 보기로 한다.




1997년 12월 22일,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작은 마을 악테알(Acteal) 소재 교회에서 원주민 초칠(Tzotzil)족의 여성과 아이들 45명이 살해되었다.

여기에 있던 사람들은 라스 아베하스(Las Abejas)라는 공동체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었으며 살해한 세력은 당시 멕시코의 여당 "제도적 혁명당(Partido Revolucionario Institucional: PRI)"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라스 아베하스(Las Abejas)란

1992년에 창설된 조직이며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jército Zapatista de Liberación Nacional:EZLN)"과 함께 원주민의 권리 확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었다.

목표는 EZLN과 동일하지만 무기에 의존하지 않고 평화적인 수단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랐다.

하지만 PRI의 관점에서는 둘 다 똑같은 적대 세력으로 보였을 것이다.



악테알의 당시 상황

악테알의 위치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무역관세가 소실되자 EZLN이 반란을 일으킨다.

이 협정으로 인해 멕시코 농업이 쇠퇴되고 더욱 궁핍해진다는 주장이었다.


이를 진압한 건 PRI였고 이들은 각지에서 세력을 확대해 나간다.


정부는 이를 이용해 EZLN에게 압박을 가했으며 이로 인해 PRI와 EZLN 사이에서 충돌이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당시 악테알은 아직 비교적 충돌이 적었고 EZLN 지지자나 라스 아베하스에 속한 사람들의 피난처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하지는 않았다.

생존자의 증언으로는 PRI는 이 마을을 습격할 것을 예고하고 있었으며 사건 당일도 여성들이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에 무장한 남자들이 들어와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한다(太田泉生(Minao Ohta)의 기사 "'발포 없는 전쟁'하의 치아파스, 마르코스부사령관 인터뷰/학살의 땅 악테알 방문기"를 참고함).


사건 후 멕시코 연방 검찰청의 조사로 원주민 남성들의 범행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결과적으로 현지 민간인 85명, 경찰관 11명 등이 체포되지만 EZLN은 당시 정부가 계획한 일이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당시 치아파스 주에서의 원주민 여자들의 지위는 현저히 낮았다.

이는 EZLN이 1996년에 발표한 제안 중에 "식사나 의료 면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얻을 것"이라는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96년까지 삶의 기본적인 부분마저도 여성에게는 보장되지 않았었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던 여성들.

무기를 들고 다니지도 않아서 당연히 저항도 못하고 그저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을 범인들은 쫓아가 살해하고 시체 훼손까지 했다고 한다.

그녀들의 삶을 생각하면 이건 절대 한 번의 죽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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