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여행하기

by Illy

"나무 초록색이 도쿄보다 진한 것 같아"

"개미가 크네"


5년 만에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우리 집에 머문 가족이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차이가 날까 싶었지만 평소 대도시 도쿄에 사니 도쿄보다는 자연이 훨씬 많은 우리 동네에서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가족은 내가 늘 가는 국숫집을 가서 김치가 맛있다고 감동했고 내가 자주 먹는 토스트를 한국 베스트 음식으로 꼽기도 했다.


이렇게 동네나 일상에서 감동할 수 있구나 싶어 나는 자랑스럽고 흐뭇했다.



나는 한국에 산 지 8년이 다 되어 간다.

주소가 있는 시점에서 나에게 한국은 더 이상 "해외 여행지"는 아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해외"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또 아니지만 아무튼 한국은 해외가 아니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에는 정기적으로 여행자의 마음으로 곳곳을 돌아다녀보기도 했다.


여행자의 마음이라고 해도 명동이나 홍대 등 평소에 내가 잘 안 가는 곳으로 가 구경하는 게 전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외 관광객들과 길을 걷고 있으면 확실히 관광객이었던 그때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효과가 있었다.



그 느낌을 나는 좋아했고 때로는 필요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면 나는 관광지로 갔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초심으로 돌아갈 일은 코로나 유행 이후에는 없었다.

생활 자체가 바뀌었고 2~3년 넘게 "관광" 자체와 단절된 탓에 나는 그 사이 진정한 "한국에 사는 사람"이 되었다.


8년 전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나지 않았고, 나더라도 그때로 돌아갈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

그것보다 내일의, 앞날의 불안함이 컸던 탓일까.

그래도 한국 생활이 완전히 몸에 익은 걸로 해석하고 나름 만족스럽기도 했다.



가족 덕분에 나도 "여행자의 감각/시선"을 다시 한번 느껴보게 되었고 관광지가 아닌 내가 사는 동네가 새로워 보이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도쿄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다시 떠올리게 되기도 했다.


신기한 건 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것들(혹은 그 반대의 것들)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비교하거나 그런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기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이제야 완전히 소화가 된 것 같고 지금 여기서의 생활도 그대로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우리 동네에서의 생활을, 평범하다 싶었던 일상을 나도 더 즐길 계기가 된 것 같다.

다시 한번 우리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