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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비망록
비망록 번외 편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고
그 와중에도 이웃은 따뜻하고...
by
Illy
Jun 16. 2023
언제든지 개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적인 상황을 그린 영화를 보았다.
역사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오늘은 영화에 대해서
정리해 보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영화 제목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처음에는 "다니엘 크레이그"로 잘못 보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다큐멘터리로 제멋대로 착각하고 있어 추천작 리스트에 떠도 안 보고 있었다(딱히
싫어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엄청 좋아할 정도로 출연작을 본 것도 아니어서...).
그런데 자세히 보니 "크레이그"도, 다큐멘터리도 아니었다.
내 주의력... 반성해야겠다.
영국인 영화감독인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이며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심장 질환이 있는 다니엘은 주치의의 조언에 따라 일을 쉬고 질병수당 신청을 한다.
하지만 심사에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실업수당을 신청하게 된다.
하지만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검색하거나 면접 신청을 한 기록이 필요한데
, 다니엘은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고 이력서 작성을 하기도 어려워 수당 신청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40년의 목수 경력으로 취업할 능력은 충분히 되지만 심장병 때문에 쉬어야 하고, 질병수당을 받아야 하지만 못 받고, 그렇다면 실업수당이라도 받아야
하지만 이것도 어렵고...
이 답답하고 막막한 상황에서 그는
이웃들
과 서로 도우면서 노력해 보지만--
시스템의 구멍, 디지털화에 뒤처지는 사람들.
보는 내내 무서웠다.
물론 나라에 따라 지역에 따라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공적인 지원에서 벗어나게 되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나는 온라인 신청에 크게 어려움을 겪는 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헷갈리거나 막힐 때는 있고 부모님을 보면 "이렇게 다 온라인으로 변해가면 힘드실 텐데..." 하는 걱정이 들 때도 종종 있다.
단순 민원이 아닌 생활이나 생계와 직결되면 이런 일이 충분히 벌어지겠구나(이미 벌어지고 있겠구나)
싶었다.
다니엘 크레이그 다큐멘터리는 아니었지만 결국 좋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도 있었다(그렇다고 픽션 영화로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음악, 배우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꿈이나 재미, 상상력을
펼치게 되는 작품도 좋지만 시민들의 삶 그 자체를 보여주는 이런 영화도 정말 큰 힘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영화인 것 같다.
시스템은 한없이 차갑지만 그 와중에도 다니엘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은
따뜻하다.
차가운 권력이냐 따뜻한 사람의 마음이냐.
후자도 삶에 행복과 온기를 더해주지만 정말 곤란한 처지에 있을 때 필요한 건 전자다.
모든 나라가 그 땅에 사는 사람을 위한 나라가 되길, 권력이 조금만 더 온기를 품길 바랄 뿐이다.
이 작품을 보고 나서 하나 더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어 "미안해요, 리키"(2019)라는 작품을 보았다.
이 작품도 노동자의 부조리함을 보여 준 작품이었고 막막함, 먹먹함의 정도로 따지면 "나, 다니엘 블레이크"보다 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편을 연속으로 본 건 약간 후회가 되지만(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중간에 가령 "라라랜드" 같은 신나고
(?)
예쁜 영화를 하나 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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