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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만족 두려움 설렘
파전과 꽃무늬 원피스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한다
by
Illy
Jun 13. 2023
지난달 모란민속5일장을 다녀왔다.
존재는 알고 있었고 관심은 있었지만 갈 기회가 없었던 곳이다.
모란민속5일장은 4와 9가 붙는 날에 열리는 5일장이다.
규모가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가보니 정말 다양한 물건을 파는 큰 시장이었다.
평일이었는데도 모란역 출구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는 사람이 몰리지 않게 줄을 서게끔 안내하는 안내원이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안전면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했다.
염소탕 등을 파는 식당 앞을 지나 장이 열린 곳으로 들어가 보니 알록달록한 시장 천막들이 보인다.
여러 통로가 있어 그중 하나로 진입하니 다양한 스파이스나 채소, 이름만 들어본 과일들을 판매하는 매장
, 갑자기 나타나는 공구 판매대, 탐났던 작은 밥상들이 진열된 매장들이 있었다.
하나하나 구경을 하면서 계속 안쪽으로 걸어가니 "언니, 언니"하면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각종 국수나 허파, 천엽 등을 사용한 안주거리들을 파는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들어와 있었다.
처음 보는 부속고기 무한리필 포장마차와 메추리 구이는 그저 신기했다.
메뉴판과 간판, 요리와 판매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쉴 새 없이 시야로 들어와 어지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즐겁다.
좁은 거리를 걸어 다닌 후 파전을 파는 가게에 자리를 잡았다.
평일 낮부터 해물파전과 막걸리를
주문하며 한껏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소위 말하는 "알쓰"이며 아마 그중에서도 상위 알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술을 못하지만 이 분위기에서는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술은 못하지만 술에 대한 로망은 많은 사람이다.
사람이 많아 15분쯤 기다리니 파전이 나왔다. 그새 손님이 늘었다.
술을 못하는 나는 특히 경험할 일이 거의 없는 소란스러움과 북적거림을 만끽하며 파전을 먹는다. 바삭하고 뜨겁고 맛있다.
얼마나 기름을
썼을까 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맛있으니 됐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계산을 하고 나와 다시 탐험을 시작한다.
그때 눈에 들어온 화려한 옷가게들.
평소에는 옷을 필요한 만큼만 사는 편이고 또 화려한 옷도 취향은 아니지만 주인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나는 한 10초도 고민하지 않고 얇고 시원한 소재의 꽃무늬 원피스를 구매했다.
여름에 룸웨어로 입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나중에 들었고 일단 구매했다.
심지어 두장 사고 하나는 일행에게 줬다.
시장이란 무서운 곳이구나 싶었다. 목적 없이 가면 사고가 멈추게
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계산을 하고 있다.
시장이 아니더라도 처음 가보는 신나는 곳은 위험하다.
검은 봉지를 들고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속옷 코너를 지나 다시 시장 입구 쪽으로 왔다.
아저씨가 꽈배기를 튀기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먹을 수밖에 없다.
집어 먹고 있으면 손가락이 빨개질 정도로 뜨거운 꽈배기를 먹고 중간에 미숫가루도 사 먹고.
5일장 체험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살 때가 가장 행복한 건 왜일까.
미숫가루는 왜 그렇게 맛있고 그럼에도 왜 평소에는 먹지 않았을까.
그런 궁금증 해소를 위해 다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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