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을 갔다가 들른 카페에서 쑥을 사용한 케이크 "쑥갸또"를 만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쑥에 대해서는 맛있는 식재료라는 이미지는 없었다.
내가 먹었던 쑥 요리는 할머니께서 손수 찌신 쑥 찐빵 기억이 전부였으며, 어린 나는 그 독특한 향과 실처럼 박혀있던 쑥이 싫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식재료보다는 항균이나 탈취 등의 이미지가 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은 여행을 간 들뜬 마음 때문인지 다양한 케이크 중에서 쑥갸또가 눈에 들어왔고 묵직하고 꾸덕한 케이크는 향긋하고 달달하고... 평소에는 초코맛을 선호했지만 그 날은 정말 좋은 도전을 했다고 나를 칭찬했다.
이 경험은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라는 일회성 행복으로 끝이 난 줄 알았다.
아무리 맛있어도 쑥갸또는 내 일상에 꼭 있어야 하는 예컨대 빵이나 각종 과일, 초콜릿과는 달랐다.
한번 먹어봤다는 경험으로 충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꽤 많이 과장된 표현이지만 파도는 갑작스럽게 해일이 되어 몰려왔다.
어떤 과자를, 어떤 케이크를 먹어도 쑥갸또가 생각나는 것이다. 계기는 딱히 없었다.
정말 갑작스러웠다.
쑥갸또를 먹었던 카페 이름은 기억난다.
가려면 갈 수는 있겠지만 그건 쑥갸또를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됨을 의미한다.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일이 커지기도 하고 우연히 찾았다는 행운까지 가미된 추억이었기 때문이다.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다.
심지어 나는 쑥갸또를 한 번 밖에 먹어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다른 가게의 쑥갸또를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부터 나는 sns와 초록창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한다.
어디에 있을까.
여기저기 있기는 했다. 꽤 팬이 많은 케이크다.
그런데 집에서 멀거나 예약 절차가 복잡했다.
먼 길을 가서 못 먹으면 매우 슬프고 우울해질 것을 알기 때문에 선뜻 결심을 못했다.
그리고 찾는 동안에도 먹게 되는 각종 군것질 때문에 나는 쑥갸또를 미루게 되었고 그러다가 거의 환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이것 또한 갑작스러웠다.
아마도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나는 숙제처럼 미루고 온 일을 해결하고 싶어졌고, 그 중 하나가 "쑥갸또 먹기"였다.
이제는 쑥갸또에 대해 어떻게든 끝을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언제까지나 우연의 만남을, 행운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나는 문뜩 생각이 나 배달주문 앱에 "쑥"으로 검색을 했다. 그러자 나왔다.
우리 집에서 500미터 거리에 있는 과자점에서 쑥갸또를 판다.
사진을 보니 그때 먹은 케이크와는 다소 다르지만 그래도 먹어봐야 할 것 같았다.
왜 몰랐을까. 왜 sns만 찾았을까.
내가 간절하지 않았던 건 아니고 생각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 과자점으로 갔다.
배달앱을 통해 포장으로 시킬 생각도 했으나 가깝기도 하고 쑥갸또만 살 생각이라 바로 출발했다.
그 가게는 길 모퉁이에 있는 아담한 과자점이었고, 쇼케이스는 거의 비어있었다. 느낌이 싸했다.
가게 주인분께 여쭤보니 케이크류는 다 나갔다고 한다. 배달앱에서는 매진 정보가 반영이 안 됐던 것이다.
아직 오픈한 지 2시간 지났을까 말까 하는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그럼 괜찮다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가게를 나왔다.
갑자기 힘이 빠지고, 헛웃음이 나오다가 슬퍼졌다.
내가 한 거라곤 사러 가지 않을 이유에 대한 생각과 검색뿐이다.
멀어도 까다로워도 갈 걸 그랬다.
늘 이랬던 것 같아서, 억울했다.
또 내가 나한테 당했다.
쑥갸또가 뭐라고 이렇게 슬플까.
오랜 시간 동안 생각에 갇히고, 한번 벽을 깨서 나와보니 허무하게 무너졌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까 싶었다.
쑥갸또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생각"만"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사건(이쯤 되면 거의 사건이다)이었다.
왜 그렇게나 쑥갸또를 미뤘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나는 그 이후로 무언가를 살까 망설이거나 먹고 싶은 음식 생각이 나면 "쑥갸또 사건"을 떠올린다.
그러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행동에 옮기게 된다.
지금 그 때의 나를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교훈을 얻은 과거의 나에게 (약간은 비웃으면서)수고했다고 전해주고 싶다.
*후일담...
500미터 거리에 있던 과자점에는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한 다음 사 먹었다. 처음부터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그리고 지금도 쑥갸또는 발견할 때마다 먹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