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만 추던 춤을 셋이 같이 출 때

찰나의 행복 조각들

by 일리


꿈수하려고 옆으로 누워 잠옷을 올리면

냄새에 홀려 눈 감은 채로 더듬더듬 손을 뻗어

빨아먹으면서 내 옆구리에 팔을 척 올릴 때


모유수유를 다 마치고 소화시키면서

눈 마주치고 잘 먹었다고 맛있었다고 옹알옹알 말해줄 때


범퍼 침대에 누워 재우려 하는데

저쪽 벽에 등을 붙였다가 나를 보고는

떼구루루 한 바퀴 굴러 캥거루처럼 내 품에 쏙 들어와 잠을 청할 때


할아버지댁에서 바지를 벗겨놨는데

강아지처럼 네발로 뛰어가다가 응가했을 때


나눠먹으면 더 맛있는 걸 아는지

빨고 있던 쪽쪽이를 빼서 내 입에 넣고

환하게 웃을 때


좋은 일이 있을 때 남편과 둘이서만 추던 춤을

셋이 같이 출 때


얼굴을 가까이에 대고 무자비하게 침 바르는 게

뽀뽀라는 걸 배웠을 때


불을 끄고 안아 재우려는데

누가 나를 안고 있는지 확인하고

어둠 속에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까르르 웃었을 때


목욕 후 수건에 감싸 안고 나오는데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꼬옥 안아주며 촉촉한 온기가 전해질 때


작은 콧구멍에서 쌔근쌔근 숨소리가 나길래

세수하면서 콧등을 간질였더니

엣취 하고 조약돌만한 코딱지가 나왔을 때


뚝딱 거리며 걸을 즈음

나를 보고 돌고래 소리를 내며

양팔 벌리고 뒤뚱뒤뚱 뛰어올 때


작은 손바닥으로 내 코끝과 입술을 덮었다가

엄지와 검지로 아랫입술을 꼬집어 보다가

갑자기 윗니를 톡톡톡

너도 나를 관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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