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모든 직장인의 하소연 "여기선 나 혼자만 일해"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성과 독서라는 타이틀로, 긴 시간 독서 모임에서 나누었던 내용들이 책으로 출간됐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공동 저자로서 친구의 이름이 앞부분에 들어가 있는데, 그 친구는 이 성과가 내 덕분이라고 했다.
의아했다. 모든 건 그 친구가 이룬 성과였다.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친구가 말한 고마움의 의미는 이러했다.
2년 전, 내가 일상의 의미라는 수필집을 냈을 때 "너도 한 번 책을 써봐라" "난 네 인생이 재미있다. 말 나온 김에 목차를 정해보자"라고 말하며 수필집의 흐름을 잡았던 적이 있었다. 친구는 그때 잡았던 틀이 자신의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마냥 어려워 보였던 글쓰기가 가깝게 느껴졌었다고 한다. 그로 얻은 용기가 결국 저 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분명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는데, 정작 내 기분은 축 가라앉았다. 부끄러웠다.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은 진심이었으나, 그 진심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
요즘의 나는 잔다르크가 된 것 마냥, 혼자 올바른 생각을 하고 혼자만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을 무시했고 답답해했으며,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윗사람을 보며 분노했다.
함께 일을 하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나누는, 그런 과정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거다. 예능 경험이 없는 피디들은 연차가 높은 작가에게 의존하는데, 정작 작가는 어떤 피디에게도 의지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모든 것을 떠안고, 사람에 대한 기대를 잃고, 일의 재미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당연히 주변에 대한 고마운 감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처음 엔터에 왔을 때만 해도 친구가 내게 그랬던 거처럼 “덕분에”를 달고 살았었다. “제가 한 게 있나요. 피디님들이 했죠. 저희 다 같이 한 거죠” 즐거웠고 행복했다. 콘텐츠의 성과와 상관없이 촬영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그래, 그랬던 시절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실 고마운 것들은 여전히 넘쳐흘렀다.
나 혼자 일을 한다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콘텐츠가 완성되는데 주축이 되는 출연자가 있고 나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후배 작가가 있었다. 일을 하는 방식과 속도감이 달라서 그렇지, 결국 피디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할 일을 해내고 있었다.
다만 내가 스트레스에 허우적거리며 그 사람들의 노력을 보지 않으려 했을 뿐.
친구와의 전화 통화를 끝내고 생각을 정리했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모두가 혼자만 일한다고 생각하며 현생을 버티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그놈의 ‘나 혼자만’이라는 생각을 버려야겠다. 세상 모두는 각자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크든 작든 뭔가를 해내고 있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모두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는 걸 다시 기억하기로 했다.
친구가 내게 그랬듯, 어쩌면 똑같이 힘들어하고 있을 회사의 사람들에게 늘 "덕분에" 감사 인사를 하기로 했다. 잊지 말자. 우리의 일은 함께 달려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