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다섯

소중함을 내려놓기

감정도 과하면 독이된다

by 흐를일별진



얼마 전, 미친 거마냥 전자기기에 잘 붙어있던 보호 필름을 모두 떼어냈다. 기포 하나 없이 깔끔하게 붙어 있었는데 뭔 바람인지 한 번에 뜯어내버렸다. 잠시 새로운 걸 붙여볼까 고민했지만 깨끗한 그 '날 것'의 느낌이 좋아서, '애지중지' 뭔가를 다루는 게 싫어서 그냥 다 뜯어내버렸다. 그러다 바닥에 있던 뭔가가 액정을 긁은 모양이었다. 아이패드 화면에 길게 스크래치가 났다. 나도 사람인지라 잠깐 아차싶긴 했는데 당혹스러움은 잠시였고 전자기기는 이렇게 쓰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낀다는 것. 무언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 그러한 감정에 예민함이 동반되고 과함이 얹어지면 결국 피곤한 건 나 자신이 된다. 뭔가를 소중히 여기느라 중요한 걸 놓치고, 편안히 쓰고자 한 게 불편해 지면 결국 주객이 전도되고 마는 거다.

물건 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짜 소중한 건 편안함에서 온다. 누군가를 소중히 여긴다 말하며 정작 해야할 말을 못하고 나를 잃어간다면, 그 소중함이란 감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걸까.


어떠한 형태든, 무엇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니 버리는 게 쉬워지고 내려놓는 게 익숙해진다. 주변에 있는 가까운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게 편안해진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그 어떤 것에도 임의의 기대를 하지 않으니 정작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 나는 이제야, 진짜 나로서 요즘을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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