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때)는 말이야
요즘 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특히 윗사람들에게서 종종 그런 말을 듣는다. 장난을 얹은 말이긴 하나 그 말이 마냥 달갑진 않다. 악역이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세게 말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근데 작가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거 하나는 메인은 세야 한다는 거다. 때로는 뻔뻔해야 하고 필요하면 악역이 되어야 한다. 좋은 프로그램,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데 좋은 사람은 필요없다.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유부단함을 기저에 깔고 책임을 회피하며 남의 눈치만 보는 메인 아래에선, 후배들이 독해진다. 무능력한 선배 밑엔 독한 후배가 생긴다.
난 이를 갈며 여기까지 왔다.
무능력한 선배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실망하고 때로는 피해를 입으면서 절대 저렇게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좋은 사람인 척 해야할 말을 하지 못해 아랫사람들이 욕받이가 되고, 정작 좋은 사람이어야 할 곳엔 미친 예민 보스가 되어 후배들의 건강을 아작내는 선배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쯤되면 팔자인가 싶을 정도로, 매번 최악의 사례를 접하며 이 자리에 섰다. 감정 소모가 엄청나서 프로그램 하나가 끝나면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사람이 싫었다. 여자 짓과 무능력이 진절머리가 나서 오히려 나를 더 채찍질했다. 그 모든 과정은 나에게서 ‘선배들에 대한 기대와 존경'이라는 걸 앗아갔다.
내 후배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배들이 싫어서 더는 선배를 만들지 않는 나는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는 중이다. 똑같아 지고 싶지 않아서 더 이를 악 물어야 한다. 그러니 내 후배는 나와 다른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싸워야 한다면 선배인 내가 싸우면 되고, 악역을 해야 한다면 마땅히 더 많은 돈을 받는 내가 하는 게 맞다. 경력과 능력이 있는 악역은 견제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그러니 "재수 없지만 일은 잘해. 틀린 말 한 적은 없잖아. 말이 좀 세서 그렇지."가 내가 받아야 할 최고의 칭찬이다.
후배는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나를 타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러다 때가 되면, 성장한 모습으로 나를 벗어났으면 좋겠다. 자신의 성장을 확인하려면 안주하던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나는 그 길을 잘 닦아주고 싶을 뿐이다. '라떼' 그러했으니 '너희들의 때'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래, 그런 의미로 세다는 말은 칭찬이다.
(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