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순서
사건.
나는 사건이 벌어져야 글을 썼다. 사건이 없으면 사는 게 재미가 없었고 재미가 없으니 매사 의미도 없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찾았고, 그만큼 금방 질렸다. 한때 일상의 의미를 찾기 위해 서른셋의 일들을 수필로 썼던 내가, 더는 일상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도 특별함을 찾아내는 게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사건만 찾았다.
글쓰기에 안 좋은 습관이 붙었던 걸지도 모른다. 인생을 관통한 수많은 사건들을 이겨내며 감정적인 힘듦을 극복하는 나에게 취해, 글감을 찾는 순서가 바뀌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사건을 통해 겪는 분노, 때로는 기쁨과 같은 강한 자극을 글로 배설하는 게 익숙해져서 정작 주변을 돌아보는 걸 잊고 있었다. 물론 글감을 찾는 데 순서가 뭐가 중요하냐 말할 수도 있지만, 자극에 익숙한 글쓰기는 중요한 걸 놓치게 한다. 가장 보편적인 나의 마음, 내 진심을 말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다시 사소한 순간에 집중하기로 했다. 매 순간 스치듯이 넘어가는 생각을 글로 다시 남기기로 했다. 몇 년 전 내가 일상의 의미를 쓰면서 목표했던, 누군가를 위로하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어졌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각자의 서사를 갖고 있다지만, 감정은 똑같다. 슬프고 아프고 지치고 힘들고 버겁고 기쁘고, 그만큼 행복하다. 감정의 깊이가 다를지언정 그 종류는 모두가 동일하기에, 나는 다시 일상에서 의미를 찾고자 한다.
아. 오늘, 아주 좋은 자극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