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달리는 봄 안에 있었다
날씨가 좋았다.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오지 않은 걸 잠시 후회했다.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사람이 없는 구역에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옅은 꽃향기가 났다. 풀 향기가 섞인 꽃이었다. 상상하자면 샛노랗고 작은 꽃 아래 얇은 줄기에 싱그러운 초록 이파리가 붙어 있는, 그런 꽃일 것만 같았다. 주변을 둘러봤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향이지? 알 수 없었다.
지하철을 탔다.
향이 짙어졌다. 조금씩 더워지는 날씨 탓 에어컨으로 송풍이 퍼져 나왔다. 향이 더 짙어졌다. 두통을 야기하는 인위적인 향이 아니라 꽃밭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자연의 향이었다. 마음이 산만해졌다. 같은 칸에 타고 있는 누군가의 향일 텐데, 도대체 누구일까. 어떤 사람이 이런 향수를 뿌리는 걸까.
처음엔 그 향이 어떤 건지 궁금했고 중간엔 그 향의 주인이 누군지 궁금했으며 나중엔, 부디 내가 내리기 전까지 이 향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만약 내가 향수를 뿌리고 왔었다면 이토록이나 선명한 꽃향기를 맡을 수 없었을 거다. 앞선 후회가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늘 그렇듯 별 다를 것 없는 익숙한 출근길이었는데, 향기 하나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나는
오늘 달리는 봄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