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moment of life
나는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었다.
크지는 않지만 제법 견고한 배를 타고, 소수의 선원과 함께 망망대해 위를 자유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태풍을 만난 적도 없고 강한 비바람에 배가 파손된 적도 없었다. 볕이 좋을 때는 닻을 내리고 한 곳에 머물며 쉬었고, 속도를 내야 할 때는 바람을 따라 끝없이 항해했다. 나아가고 쉬고, 모든 판단은 내가 했고 여정은 순조로웠다. 선원들은 선장인 나의 역량 덕분에 즐거운 항해가 되고 있다 했고, 나 또한 그렇게 믿었다. 역시 나는 최고의 선장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그러던 어느 날. 아끼던 선원 하나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병의 원인도, 치료법도 알 수 없었다. 내 집처럼 누비던 바다 위, 존경받는 선장이었던 나는 무력했다. 그저 빨리 육지를 찾아 선원을 병원에 데려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고장 한 번 난 적 없었던 배까지 삐걱거렸다. 그 와중에 비바람까지 몰아쳤다. 예상치 못한 자연의 위협에, 배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모든 게 위태로운 순간이었다.
이대로라면 아끼던 선원뿐 아니라, 배에 타고 있는 모두를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목숨도 위태롭기는 매한가지였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깊은 무력감과 절망에 주저앉았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 부딪히고 나서야 모든 것이 나의 의도, 내 뜻대로 될 수 없음을 깨달은 거다. 나는 바보 같았다.
비바람이 불어도 배가 파손되지 않았던 것은, 모든 선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며, 태풍을 만난 적이 없었던 것은 순전히 자연의 도움이었고, 바다 위에서 편히 쉬며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은, 묵직하게 위치를 지키는 돛과 닻 덕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어느 것 하나, 내가 잘나서 된 것은 없었던 거다. 그저 톱니바퀴처럼 모든 요소가 제 역할을 하며 맞물렸던 것뿐, 나라는 존재는 결국 이 바다 위의 작은 티끌일 뿐이었다.
더 이상 나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깨달음은 깨달음일 뿐,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너무 늦어버린 상황에서 나는 그저, 우리가 고통스럽지 않게 죽기만 바랐다.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하려던 그때.
눈앞에 희미한 불빛이 번쩍였다. 수십 미터 앞쪽에서 흐릿한 등대 불빛이 바다 위로 좁은 길을 만들고 있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나는 지도와도 같은 등대 불빛을 따라 바닷길을 달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급히 아픈 선원을 병원으로 옮기고, 나머지 선원들도 쉴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했다.
아, 드디어 우리는 땅을 밟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기적같이 목숨을 부지하게 된 거였다.
그러나 선장이었던 나는, 쉴 수 없었다. 감사함을 표현해야만 했다. 등대지기가 누구이든, 그는 나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으며, 어리석었던 나를 어둠 앞에서 빛으로 인도한 사람이었다. 제2의 삶을 살게 해 준 생명의 은인과도 같았다. 당장은 내가 가진 것이 없어 물질적인 고마움을 표현할 순 없었지만, 최소한 진심을 다해, 당신이 얼마나 큰 일을 해 주었는지, 당신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큰 기쁨과 안도와 감사함을 느꼈는지 꼭 전해야만 했다.
등대의 불빛은 여전히 바다 위를 비추고 있었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나는, 그 등대 위에서 처음으로 신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