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추억하며 (1)
2015년, 6월. 대근이가 가족이 됐다.
묘연이란 이런 것임을 증명하듯, 청파동 우리 집에 처음 들어오는 대근이는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고양이가 있는 밤은 든든하고 편안했다. 평소 나는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악몽을 꾸곤 했는데, 대근이가 오고 난 후 더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고양이는 신통하다는데 정말 그런걸까, 대근이가 나를 지켜주고 있는 걸까.
대근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후, 결막염이 생겨 (고민하다가) 대근이의 털을 밀었다. 처음 해보는 미용이었지만 대근이는 나를 믿고 몸을 맡겨 주었다. 못난 집사 때문에 대근이가 고생하는 것 같아서 미용 후엔 매번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물론 맛있는 간식과 캣잎은 덤이었고. 그렇게 사과를 하고 나면 대근이는 내 마음을 받아주듯 내 곁에 자리를 잡았다.
한 때는 몰랐다. 나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대근이가 유일하게 자신의 몸을 허락하는 사람이 나 하나라는 걸 알았다. 좋고 싫음이 분명했던 대근이는 내가 안을 때만 '참아'주었다. 대근이는 자기 나름대로,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던 거다. 아마 대근이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거 같다. "아니~ 나는 누나가 좋다고. 꼭 말을 해야만 아나! 누나가 하는 건 내가 다 참아주잖아! 사랑하니까!!!"라고 말하면서 솜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을까. 답답하다는 듯이.
나는 웃음이 더 많아졌다. 같이 살던 남동생과도 매일 대근이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알 수 없는 고양이의 행동에 웃음이 터지다가도, 그 모습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했다. 미치도록 사랑스러우면 깨물어 주고 싶다는데. 그래서 난 틈만나면 대근이 배에 얼굴을 묻고 배 방구를 했다.
누군가가 말 하지 않으면 적막하던 집은 대근이로 인해 꽉 차기 시작했다. 집에 기다리는 존재가 있으니 나는 매일 즐겁게 집으로 돌아왔다. 심지어 청파동 집은 창문이 컸다. 그래서 집 밖을 나서면 늘 창틀에 앉아있던 대근이가 보였기에, 난 한참을 집 밖에 서성이며 대근이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
내 미용 실력이 점점 늘어갈 때쯤, 너의 미모도 빛을 발했다. 너와 나의 시간도 무르익어가고 너를 향한 내 애정도 끝을 모르고 늘어만 갔다.
가끔 자다가 깨서 대근이가 옆에 없으면 나는 어김없이 대근이를 불렀다. 그럼 얼마 뒤 착착착 하는 발소리와 함께 내 시야에 대근이가 들어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대근이는 늘 내 근처에 머물렀다.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내가 자신을 봐줄 때까지 근처에 있었다. 나는 시도때도 없이 대근이를 불렀지만 대근이는 그 자리에서 날 지켜볼 뿐이었다. 작고 소중한 존재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안정감. 대근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감정이었을 거다.
2015년 하반기.
1살 대근이와 함께한 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라는데, 그 이상을 살다가 내 품에서 떠나기를 바랐다. 엄마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언쟁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엄마도 대근이를 직접 만나본다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을. 그리고 한참 뒤, 대근이를 직접 만난 엄마는 정말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