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다섯

나는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by 흐를일별진



기도를 한다. 그러나 기도는 늘 같은 곳에서 막힌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나는 누구를 용서할 수 없는 걸까. 나는 누구를 용서하지 못하여 기도를 이어가지 못하는 걸까. 나조차도 용서하지 못했는데 신에게 용서를 구할 수는 있는 걸까. 떳떳하지 못한 기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용서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용서하지 않는 걸까.


타인의 죄는 중요하지 않다. 내게 어떤 타격을 줬든 그 죄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남은 그저 남일 뿐이다.

그래. 나는,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대근이가 살아있을 때 내가 한 기도는 이랬다.


대근이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해주세요


생각해보면 지금껏 나는 잘못 기도했다.

대근이가 오래 살길 바라는 마음은 조금이라도 이별을 늦출 수 있게 해 달라는 내 위주의 소망이었지, 진짜 대근이를 위한 게 아니었다. 나는 대근이 생의 길이를 늘려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아이가 행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야 했다. 내가 상처받는 것 보다 대근이의 행복을 먼저 바랐어야 했다.

아아, 나는 이토록이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이런 나를, 내가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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