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moment of life
긴 시간을 포항 본가에서 지내다, 서울로 돌아온 날.
본격적인 미니멀리즘의 실현을 위해서 집에 있는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구석구석에 박혀있던 모든 것들을 밖으로 꺼냈고 순식간에 집안이 시장통이 됐다.
나는 하나씩 물건들을 살펴보며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분류했다. 언젠가 비싸게 샀거나, 부피가 큰 것들의 경우는 주저 없이 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멈칫하게 한 것은 흔히 말하는 <소소한 추억의 물건>들이었다.
누군가와 같이 본 영화표, 함께 여행했던 장소들의 입장권, 영수증, 혹은 끊어진 팔찌. 그런데 우습게도 그 물건들을 다시 보는데, 당시의 추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 영수증은 색이 바래서 그 내용조차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것들을 보관하고 있었던 걸까.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어쩌면 내가 버리지 못했던 추억의 물건은 순전히 미련이었는지도 모른다. 떠나보낸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그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남아있는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흔적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나는 애써 지워진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차마 물건을 그냥 둘 수 없었다. 집안 곳곳을 뒤져, 남겨두었던 과거의 미련을 모두 꺼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있었다. 나는 과거와의 완벽한 이별을 위해,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들을 눈으로 마음에 담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한때의 과거가 있었음에 현재의 내가 있음을 기억하면서, 나는 아쉬움 없이 모든 물건을 버렸다. 진짜 소중한 추억이라면, 이런 기억의 매개체가 없다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마음속에 각인될 거라는 걸 믿고, 나는 그렇게 완전히 과거와 이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