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대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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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그랬다.
생각이 많은 내가 스스로의 감정을 차단하는 방법은자극이었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신체적인 자극. 아픔, 고통, 뾰족한 감각이 그러했다. 감기에 걸린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고 열감으로 인해 몸이 땅으로 꺼질 것 같은 그 감각이 좋아서, 그때만큼은 머릿속이 온통 새하얘져서, 나는 이후에도 몇 번이고 일부러 감기에 걸리려 노력했다. 그러다 다시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면 나는 내 몸을 때렸다. 살갗을 통해 퍼지는 또렷한 고통의 감각은 내 생각을 차단했다. 아픔이 가실 때쯤엔 내 행동에 대한 묘한 죄책감 때문에 그전까지 날 불편하게 하던 감정이 사라졌다.
어린 시절 손바닥에 전기가 통하는 느낌을 주겠다며강제로 피를 통하지 않게 한 뒤의 찌릿한 느낌이 불편하고도 묘했던 것처럼, 나에겐 고통이 그러했다. 힘든 생각이 넘칠 땐 살을 에는 것 같은 찬바람이 머리를 식혀주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가 나를 잠식했을 땐 엄지손톱이 검지 손가락을 짓누르는 뾰족한 감각으로 나를 진정시킨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하는 이 모든 행동이 일종의 자학이라는 걸 깨닫고 난 뒤엔, 감각과 멀어져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몸에 닿는 직접적인 감각이 아니라 들리고 보이는 것들을 통한 간접적 자극으로 나를 진정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명상은 많은 도움이 된다. 엄지와 검지로 둥근 원을 만드는 자세를 할 때도 일부러 손가락을 누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고통 없이 나를 진정시키는 방법을 연습해야만 했다.
명상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때는 토해내듯 글을 쓰며감정을 객관화했다. 물론 그마저도 극한의 상황에 나를 몰아넣고 글을 쓸 때 가장 효과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글을 쓰는 건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를 마주하는 것과 같아서, 끝내는 곧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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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뛰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울음을 참으려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찌르는 감각에 의존해 눈물을 삼켰다. 이 기분이 뭘까, 나는 왜 이런기분을 느끼는 걸까. 마음의 원인을 찾았다. 삼키고 또 삼키고, 삼키다 보니 몸에 열이 올랐다. 처음엔 단순 몸살 같더니, 나중엔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주변 모든 게 나를 공격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속에서부터 곪아오던 상처가 지독한 염증이 되어순식간에 온몸을 잠식하는 것 같았다. 누가 나를 죽여줬으면 좋겠어, 이 불편한 마음이 어떻게든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평정심이 깨지는 순간을 몸으로 느끼며, 나는 모든 게 사라져버리길 원했다.
일에 지장이 될 것 같아, 병원엘 갔다. 이유 없이 오른 열을 내리기 위한 해열제와 컨디션 회복을 위한 수액을 맞았다. 뾰족한 바늘이 내 살을 뚫고 혈관에 박혔고, 모든 감각이 주삿바늘로 향하며 생각들이 사라졌다. 그 순간 억눌린 감정이 터지듯 눈물이 터졌다. 손목에 어렴풋이 남은 (친구가 사준) 향수의 잔향 때문에또 눈물이 났다. 닥친 상황이 꿈인지 진실인지 알고 싶을 때 볼을 꼬집는 것처럼 친구가 사준 향은 이 감정이 진짜라는 걸 의미했다.
아아, 나는 또다시 고통 속에서 안정을 찾았다.
이건 정말 지독한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