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여섯

미움의 늪

헤어나올 수 없는 어둠

by 흐를일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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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움은 지독하다. 뿌리가 어디까지 내려갔는지도모를 만큼 내 안을 헤집고 부수며 진득하게 자리를 잡은 미움은, 수시로 나를 괴롭힌다. 나는 미움의 감정을 이기려 애써 장점을 찾고 어쩔 수 없는 이유를 찾고 미워하지 않을 방법을 찾지만, 언제나 미움은 어떤 방법을 쓰든 나를 잠식했다.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싫어서 선택하는 건 그 사람을 지워버리는 일인데,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내게서 문제를 찾고 미움과 나를 분리하는 것밖에는 없다. 하지만 안다. 내가 그 미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미움은 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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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절머리가 난다. 어딘가 뒤틀리고 꼬이고 잘못된 사람을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피해를 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소름 돋게도 많은 이들이 그 상대를 닮아간다. 미움은 곧 상대를 향한 관심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미움의 대상과 경쟁을 시작한다. 입으로는 상대를 욕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가까워진다. 아이러니하고 비극적이다. 잘못된 사람은 잘못된 길을 걷는다. 한때는 그런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며 끝내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거다. 노력이 늘 결과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라서, 높은 확률로 그의 어둠에 끌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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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긍정적인 사람일까. 부정적인 사람일까. 나는 사람을 좋아할까. 사람에게 환멸을 느끼고 있을까.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이 있다. 세상 모든 존재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지워져 버렸으면 좋겠다. 왜 이렇게 나는, 나를 놓고 싶어 진걸까. 미워하는 내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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