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전이
너무 좋아하면 진심을 말하기가 힘들어진다. 우습게도 가까워질 수록 멀어지고 싶어진다.
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내 어둠이 상대에게 전이될까 봐 겁이 나, 나를 꽁꽁 싸매고 숨기게 된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과 힘들어하는 걸 알고 나면 혹시나 내가 짐이 될까 봐 마음을 더 깊게, 깊게 묻어버리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게힘들어지면 나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끊어버렸다. 후회도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오직 내가 살기 위해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모든 감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늘 고립을 선택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나는 진심이 오가는 관계나 사랑, 깊이 얽힌 감정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착한 사람인척 하다가 제 풀에 지쳐 도망친 비겁한 인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