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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하다 오일 워머를 떨어뜨렸다. 불행 중 다행인지 캔들이 들어가는 쪽은 멀쩡했지만, 오일이 올라가는 얇은 접시 형태의 상단 부분이 깨져버렸다. 다행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결국 불행은 불행인 만큼 나는 워머를 버려야만 했다. 아끼던 건데. 속상한 마음을 숨기고 조각난 유리를 잘 쓸어모아 검은 봉투에 담았다. 누군가 베일까 싶어 잘 싸서 넣었다. 그리고, 잊었다.
나는 생활 쓰레기를 검은 봉투 안에 미리 모은 다음 시기에 맞춰 종량제 봉투로 옮긴다. 나름의 정리 방법이라, 오늘도 어김없이 종량제 봉투를 꺼내 모아둔 쓰레기를 옮겨 담았다. 그러다 공기층을 빼려고 봉투 안의 쓰레기를 깊게 누르던 중 날카로운 무언가에 손목을 베였다. 깨진 워머 조각이었다. 공교로운 위치였다. 살갗 아래 선명하게 보이는 혈관 바로 위가 찢어졌다. 길게 긁혀있는 상처 위로 작은 핏방울이 맺혔다. 닦을 생각도 못 하고 상황 파악을 하다 보니 피가 주름 사이로 퍼져나갔다. 살짝 살갗을 벌려보았다. 아프진 않았다. 의외로 괜찮다고 생각하며 흐르는 물에 손목을 씻어내고 티슈를 꺼내 상처를 눌렀다. 조금씩 피가 멎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자기 손목을 얼마나 깊이 찔러 베는 걸까. 어떤 마음으로 손목을 긋는 걸까. 본능적으로 위치를 찾아 긋는 걸까. 손목에 보이는 혈관을 정확히 겨냥해서 끊어버리는 걸까. 힘이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예상할 수 있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은 엄청나다. 행위의 결과를 알면서도 행동하는 자의 마음은 엉망진창이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쉬워서 그런 선택을 한다는데. 유일하게 자기 뜻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게 목숨을 끊는 일이라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는데. 유리 조각에 베이던 순간의 감각을 떠올렸다. 자칫하면 실수로 죽을 수도 있는 건가. 실수가 아닌 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소란스러울까. 아니, 오히려 정적으로 가득차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