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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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를일별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머릿속으로 온갖 장르의 음악이 뒤섞였다. 잠깐은 느린 발라드였다가 잠깐은 심장 박동과 같은 비트의 음악이었다. 잠깐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찢어지는 소리였고 또 잠깐은 정체 모를 울음소리이기도 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이었다. 말하지 못한 감정과 불쾌한 마음은 상상 속의 음악이 되어 사람을 괴롭혔다. 사람이 자신을 마주할수록 음악 소리는 커졌고 정적은 사라졌다.


일어난 모든 일 중 사람이 원한 건 없었다. 사람의 기대대로 흘러가지도 않았다. 그래도 노력했다. 자신을 향한 타인의 기대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이 기대한 바를 이루기 위해. 솔직히 그깟 기대쯤 진작 포기하면 편했을 텐데, 실망하게 하는 게 두려워서 애를 썼다. 그게 자신을 갉아먹는지도 모르고.

생각해 보면, 사람은 지금껏 무언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자신을 위해 노력했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좋아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잠겨 죽을 것 같을 때는 잘 잠기기 위해 노력했고 행복할 땐 그걸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심지어 도망치는 일에도 노력했다. 뭔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력이란 걸 해야만 했다. 문제는 매 순간이 극복의 과정이었다는 거고. 사람은 많은 시간 그 과정에 담긴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의미 같은 건 없다는걸. 의미는 현재가 아니라 쌓아온 과거에 있었다. 그러니 진정한 의미란 죽기 직전에야 알 수 있는 거였다. 삶이란 이름으로 축적된 모든 과거는 눈을 감을 때쯤에야 한 번에 요약될 테니까. 그러니 현재의 의미를 찾는 건 무의미했다. 사람은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흘러가는대로 몸을 내던지고 싶었다.


사람은 사람일 뿐이었다. 사람과 관계없이 시간은 흘렀다. 알게 모르게 주변 모두가 변해가는데 정작 사람은 움직일 수 없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멈춰버린 마음은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익숙하게 일하고 의식적으로 웃고 계산적으로 좋은 말을 내뱉었으나, 마음은 나아지지 않았다. 탐탁치 않은 걸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거리를 두고 받아들일 뿐. 중요한 건 자신이지 타인이 아니었다. 사람은 모든 것과 멀어지고 있었다. 지독한 반복이었다.


사람은 생각했다. 가장 많이 변한 건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열정도 욕심도 없었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만 하고 싶다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삶에 타인의 이야기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삶의 모양은 다양한 법이니 그 중 하나로 살고 싶었다. 영화의 많은 장르 중 [드라마]의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편안하고 덤덤하게.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