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여섯

비-겁한 변명입니다

기대하지 않으려고

by 흐를일별진



기대하지 않는 일은 늘 어렵다. 날씨가 좋았으면, 오늘은 눈이 왔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도 기대다. 사실상 하루에도 수십번씩 소소한 행복을 바라며 기대하게 되는 거다. 결국 기대라는 건 미래를 말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니까. 그러나 사람은 터무니 없는 걸 기대하진 않는다. 그래서 일어날 수 없는 걸 희망하는 마음보다 후유증이 훨씬 더 크다. 기대한 대가는 온전히 자신의 몫, 행복하길 원했던 만큼 생채기가 난다.


기대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을 봐야 했다. 지금, 이 순간의 내 마음과 감정에 충실해야 했다. 추측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보이는 것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했다. 사실 생채기를 내는 기대는 내가 아닌 남을 향하는 데서 왔다. 나를 향한 기대야 의지대로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타인을 향한 건 그렇지 않았다. 마음이란 건 그만큼 복잡했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기대가 생길 것 같은 사람과는 거리를 뒀다.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적정선을 유지하며 어차피 끝날 관계라 자위했다. 모든 마음은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그만큼 편안해졌지만, 그만큼 무던해졌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지만, 큰 감정의 동요는 줄어들었다. 한동안 사람들의 곁에서 좋은 마음을 받아 가며 지냈지만 결국에는 혼자가 편해졌다. 애먼 기대를 하며 작아질 바에야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게 나았다. 불확실한 감정에 휘둘릴 바에야 혼자 있는 게 나았다. 내 결정에 의한 상처는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 다만 타인의 생각이 나를 뒤흔들게 두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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