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뒤섞였다.
분명히 좋았고 분명히 좋지 않았다. 즐겁고 싶었는데 즐겁지 않았다. 의미 없이 했다는 말은 반복되어 쌓였다. 별 생각 없이 농담으로 한 말에 기분이 좋지 않은 나는, 예민하고 속 좁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악의 없이 한 말엔 어떤 상처도 받아선 안되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어떤 곳의 나는 좋은 사람이고 어떤 곳의 나는 못난 사람이다. 누군가와 있는 나는 자랑하고 싶을 만큼 든든한 사람이고 누군가와 있는 나는 부족하고 조급한, (부정적인 의미로) 곁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사람이다. 내 행동 내 말, 내 기분, 모든 것에 제동이 걸린다. 별 생각없이 했다는 모든 말엔 부정의 워딩이 섞여있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타인의 말로 작아지는 나를 깨달을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무너져 내린다.
좋은 순간과 나쁜 순간이 뒤섞였다. 좋은 말과 악의 없는 나쁜 말이 뒤섞인다. 뒤섞인 기억은 결국 나쁨으로 뭉쳐진다. 어둠이 빛을 잡아 먹는다. 잘근 잘근 뜯어버리고 베어 버린다. 피 비린내가 난다. 나빴던 기억을 잊으려면 그 순간 그 곳에 있던 전부를 지워야만 한다. 하나도 남김없이, 좋았던 것들도 포기해야만 한다. 생각해보면 좋고 나쁨은 애초에 공존할 수 없다. 모든 건 머물고 싶은 핑계였을 뿐이었다. 애써 찾은 핑계. 나를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하기에도 시간은 짧은데 왜, 나는 스스로 내 무덤을 파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