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손목을 다쳤다. 정말 별것 아닌 동작이었는데 손목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 손목 발목을 잘 삐는 편이라 늘 그렇듯 괜찮을 줄 알았는데, 다음 날이 되니 통증이 팔꿈치까지 타고 올라왔다. 다행히 붓기는 없었지만 속 근육이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복싱, 필라테스, 손목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멈췄다. 한의원에 다녔다. 무려 2주 동안. 나아질 듯 나아지지 않았다. 두꺼운 파일을 드는 것만으로도 손목에 무리가 갔다.
매일 한의원에 출근하다시피 하니 얼굴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의사 선생님들과도 제법 편해졌다. 의사 선생님은 두 분. 주로 내 진료를 보시는 분과 종종 나를 보시는 분이 계셨는데, 내 증상을 대하는 두 분의 말은 늘 달랐다.
주로 내 진료를 보시는 분은 손목 보호대보다는 테이핑을 추천하시고 손목의 통증 부위와 그곳에 영향을 주는 부위를 좁게 보셨다. 다른 한 분은 테이핑보다는 손목 보호대를 추천하시고 손목의 통증 부위, 그곳에 영향을 주는 범위를 넓게 잡으셨다. 당연히 침이 들어가는 부위와 뜸, 부항을 뜨는 위치도 달랐다. 나는 두 분의 진단에 따라 각각 다른 부위에서 통증을 찾아냈다.
오늘도 어김없이 병원에서 다른 이야기를 듣고 나오는 길. 어제 오늘이 다른 두 의사 선생님의 진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런 결론을 내렸다. 두 분의 진단은 모두 옳다. 증상을 이해하는 범주가 다른 것 뿐 내 손목에는 두 의사 선생님이 말하는 모든 문제가 있다. 다만 보호 차원에서의 두 의견은 적절히 섞어서 받아들이면 된다. 손목 보호대는 하루 한두 시간 정도 필요할 때만 착용하면 될 것이고 테이핑 또한 피부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착용하면 될 일이었다. 어찌됐건 환자의 입장에서 여러 방향으로 해 주신 이야기였다. 그리고 통증 부분 또한 하필 오른손을 다쳐, 그 사용 범위에 따라 위치가 다르게 퍼지는 것도 어쩔 수 없고.
사실 예전엔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내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의사를 욕하기에 바빴다. 계속해서 문제를 찾아 병원을 나오게 하려는 못된(?) 심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들의 어떤 말에도 강요는 없었다. 설령 그런 의도가 있었다 해도 판단은 환자의 몫. 나는 손목이 완벽히 나을 때까지 병원에 다니겠다 결정했기에, 문제가 발견되면 그건 그거대로 나쁜 게 아니었다. 이참에 완벽하게 치료하면 되는 거니까. 병원비가 부담되거나 내가 괜찮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까짓거 병원에 안 가면 그뿐이었다. 두 의사 선생님이 아무리 다른 진단을 내려도 결과적으로 내 손목은 좋아지고 있었다. 오히려 나는 두 가지의 접근 방법으로 다각도의 치료를 받고 있는 거였다.
굳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냥 그런가 보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 그 사람은 그런가 보다 다 이유가 있겠지. 굳이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고 흘려 넘기고 있다. 원체 생각이 많은 나라서, 나와 관련되지 않은 외부의 것들은 내 범주 안에 넣지 않으려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제삼자로서 관망하는 게 지금 내게는 가장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