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청소의 힘
몇 주째 틈만 나면 집을 정리하고 있다. 보이는 곳이야 그동안 개끗하게 유지했었지만,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사실 정리를 구실로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구분했다는 게 더 맞는 말일 지도) 다른 게 있다면 이미 한 번 큰 이사를 거쳐 과거 회상을 할 만한 게 거의 없다는 것 정도일까. 비우기 위해 정리를 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비우지 못했던 때가 많았던 것 같은데 최근엔 달랐다. 한 바탕 비워낸 뒤라 그사이 또 쌓여버린 걸 버리기만 하면 됐다.
인지하지 못해 여러 개가 된 물건이 많았다. 미리미리 정리하지 않았던 게 불필요한 소비를 야기했다. 한동안 수납공간이 부족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버리고 나니 놀랄 만큼 공간이 남았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빈 곳 구석구석에 무언가를 채워 넣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빈 곳은 빈 상태로 두기로 했다. 굳이 새로운 걸 채워 넣을 필요는 없었다. 언제든 무언가 생기면 채울 수 있는 공간의 확보. 그 자체의 가능성만으로도 내 마음은 제법 여유 있어졌다. 뭐, 비어 있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
생각했다. 청소와 정리 정돈은 일종의 명상이다. 눈에 보이는 물건을 정리하는 행위는 내 마음을 구분하는 일과도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정리하는 건 나도 몰랐던, 모른 척했던 진심을 파악하는 것과도 같고.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내 몫이다. 보통 그러한 판단은 경험이나 추억 혹은 앞으로의 사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그 모든 판단의 근거는 마음이다. 실제로 집을 치워가며 특별한 생각을 했던 건 아니지만, 깨끗한 집을 보고 있으면 많은 게 정리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서랍을 열었을 때. 보이지 않는 곳의 깔끔함이 마음 정리에 큰 몫을 했다. 직접적인 계기가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분명 정리의 영향을 받았을 터였다.
집이라는 건 치워도 치워도, 치울 게 생긴다. 마음도 그러하다. 계속해서 확인하고 정리하며 새로 생긴 마음은 구분하고 잘 정돈해 둬야 한다. 마음을 인지하지 못하면 먼지가 쌓이듯 방치되거나 같은 마음이 겹겹이 쌓여 원래의 형태를 잃게 된다. 나는, 그래서 정리를 한다.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머무는 내 공간에서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나답게 지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