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진지한 게 문제라면

by 흐를일별진



언젠가 친구가 그랬다.

“너는 너무 진지해. 조금 가볍게 사람을 만나봐. 근데 네가 그게 되겠나, 나도 너처럼 누굴 좋아해 봤으면 좋겠다.” 친구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나도 안다. 내가 쓸데없이 진지하다는 걸. 사실, 그래서 그동안 마음이 깊어질 것 같으면 무조건 도망을 쳤다. 관계의 속도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깊어질 내 마음이 무서워서, 내 진지함이 어차피 사이를 끝나게 만들 거니까.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으려면 내 진심이 문제 되지 않는 속도의 차이로 이야기를 끝내는 편이 나았다. 진심이, 마음의 무게가 관계에 문제가 된다는 건 너무 슬프잖아.


생각해 보면 내가 제법 긴 시간 연애에 목매지 않았던 이유는, 내 마음의 깊이를 받아줄 수 있는 사이의 이름은 ‘결혼’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관계없다, 사람 일은 모르니까. 다만 깊이와 진지함이 덕목으로 인정받는 관계는 자유로운 연애보다는 예측 가능해야 하는 결혼이니, 쓸데없이 진지한 나는 연애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점수를 매겨버린 걸지도. 자, 그러나 반전은 결혼 시장에서 내가 승산이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난 일궈놓은 게 없는 걸! 당장 결혼하고 싶은가, 그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보면 답은 하나다.

그냥 내 마음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연애고 결혼이고 다 모르겠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