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오전의 출근길, 첫 번째 버스를 놓쳤다.
정류장의 따뜻한 벤치에 앉아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늘 같은 자리에 있던 나무에 계절이 붉게 드리웠다는 사실을 알았다. 환승 구간, 두 번째 버스를 놓쳤다. 고민하다 전기 자전거를 탔다. 그런데 웬걸 자전거가 고장났는지 배터리가 없는지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일반 자전거를 탈 때보다 몇 배의 힘이 들었다. 미련하게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았다. 쓸데없는 오기이긴 한데, 12월의 첫날을 중도 포기로 시작하긴 싫었다. 꾸역꾸역 오르막길을 달렸다.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길의 정점에서 저 멀리 남산이 보였다. 남산이 보인다는 건 곧 내리막길이 시작된다는 것.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길을 내려왔다.
저녁의 퇴근길, 버스에서 잘못 내렸다.
두 정거장을 더 지나버렸다. 나오려는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내린 김에 좀 걷자. 하루 종일 회사에 앉아 있었으니까.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공기에서 부쩍 겨울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별이 보일까. 일부러 어두운 곳을 걸으며 하늘을 봤다. 선명하게 별이 보였다. 오늘, 처음으로 고개 들어 본 하늘이었다. 집에 가면 이 마음을 글로 써야지.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밤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