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자답 정신 진단서 | 찌질한 선배의 고백

너는 요즘 어때

by 흐를일별진




「요즘 어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마 찰나의 시간이 지난 뒤 내가 내놓을 대답은 “괜찮지, 뭐” 그리곤 곧바로 상대의 근황으로 화제를 넘기지 않을까. 딱히 상대의 이야기가 궁금하진 않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으레 그러하듯 관심을 연기하며 상대의 이야기를 끌어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게 나은 건, 그 순간만큼은 의식적으로 명상하듯 나에게서 멀어질 수 있다는 거다.





자,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내 근황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자. 같은 질문을 다른 방향성으로 내게 던져보자. 나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요즘 어때?」


「요즘? 그냥저냥 지내. 안 좋은 것도 좋은 것도 아닌 상태. 잘 되는 이야기를 하자니 내 자랑 같고 속상한 이야기를 하자니 너무 우울한 것 같아 걱정이긴 한데... 표면적으로는 괜찮아. 엔터 일은 익숙해. 오히려 익숙해서 노력해야 해. 실수하지 않으려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의 가능성을 ‘경험의 오류’로 짓누르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해. 그 와중에 눈에 훤히 보이는 여러 관계의 문제들을 적당히 모른 척 적당히 아는 척하며 중재해야 해. 그거야 말로 경험에서 오는 불안이야. 사실 안 보이는 척하면 되거든? 근데 그게 안 돼. 내가 겪었던 일들을 똑같이 겪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 당연히 사람이 다르니 같은 상황에서도 결과는 다르게 나오겠지. 다만 그 모든 걸 혼자 이겨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야. 이제와 깨달은 건 완벽한 악인은 없다는 건데, 그걸 깨닫는 데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리거든. 근데 내가 모른 척하지 않아도 어떤 건들은 무조건 내 귀에 들어와. 다들 나에게 이야기를 해. 모든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 음... 나는 이러한 마음을 어디에 이야기할 수 있을까.」


「힘들었겠다.」


「힘들었지, 쉽지 않아. 솔직히 지금도 좀 빡세. 근데 있제. 그 와중에도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이렇게 나를 믿고 이야기해 주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 불필요하게 책임감이 많아지는 거지. 그러다 또 내가 받는 돈을 생각하면 한 번씩 울화통이 치밀어. 오락가락하는 거야.」


「그럴 때마다 어떻게 마음을 가다듬어?」


「음... '내 기준을 세우자. 그 기준이 돈이든 뭐든, 명확한 기준을 세워서 오로지 그것만 보자.’ 요즘은 그 생각을 하고 있어.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자’ 다짐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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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사진을 전공한 예능 작가. 자연을 사랑하는 87년생 한량이자 잡다한 문화 취향의 덕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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