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moment of life
고양이 없이 살았던 29년,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한 4년. 후자의 세월이 훨씬 짧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없이 살았던 29년이 까마득하다. 분명히 나는 가족과 떨어져서도 혼자 잘 살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작은 고양이가 삶의 일부가 됐다.
어쩌다 밖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면, 신발을 벗기도 전에, 기지개를 켜며 나를 맞이하는 고양이를 만난다. 그 작은 생명은 현관으로 나와 나의 체취를 확인하고는, 이내 바닥에 드러누워 애교를 부린다. 내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드디어 집에 왔다는 편안함이 든다. 그것도 삭막한 빈 집이 아니라, 온기가 가득한 '우리' 집에.
나는 격하게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며 집 안으로 들어선다. 고양이는 내 행동에 살짝 놀란 듯 몸을 뒤로 빼지만, 이내 다시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체취를 묻힌다. 그리고는 선심 쓴다는 듯, 내 앞에서 발라당 배를 보이며 눕는다. 나의 고양이는 자의식이 강한 편이라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아이가 나에게 배를 보였다는 건 기분이 엄청나게 좋다는 소리였다.
그건 기회였다. 나는 옷 벗는 것도 잊은 채, 누워있는 고양이의 몸에 귀를 대고 안정을 찾는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고, 그르렁그르렁 하는 목 울림도 귀를 가득 채운다. 종종 꼬르륵하는 귀여운 소리도 들려온다. 간식을 달라는 신호인가? 아, 털의 보드라운 감촉마저 완벽하다. 심지어 향기는 왜 이렇게 좋은 건지!
사람이 행복해지는 데는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고, 나는 그 짧은 순간 동안 격한 행복함에 도취된다. 그래서 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밖에서 어떤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하루의 걱정을 새까맣게 잊고 만다.
고양이라는 존재는 그런 것 같다. 있는 듯 없는 듯 삶의 일부가 되고, 자신만의 속도로 우리의 곁을 머문다. 그렇게 작은 8평 원룸의 구석구석, 과거에서 현실로 이어지는 고양이의 체취와 행동의 잔상들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