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고양이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every moment of life

by 흐를일별진



고양이 없이 살았던 29년,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한 4년. 후자의 세월이 훨씬 짧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없이 살았던 29년이 까마득하다. 분명히 나는 가족과 떨어져서도 혼자 잘 살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작은 고양이가 삶의 일부가 됐다.



어쩌다 밖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면, 신발을 벗기도 전에, 기지개를 켜며 나를 맞이하는 고양이를 만난다. 그 작은 생명은 현관으로 나와 나의 체취를 확인하고는, 이내 바닥에 드러누워 애교를 부린다. 내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드디어 집에 왔다는 편안함이 든다. 그것도 삭막한 빈 집이 아니라, 온기가 가득한 '우리' 집에.



나는 격하게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며 집 안으로 들어선다. 고양이는 내 행동에 살짝 놀란 듯 몸을 뒤로 빼지만, 이내 다시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체취를 묻힌다. 그리고는 선심 쓴다는 듯, 내 앞에서 발라당 배를 보이며 눕는다. 나의 고양이는 자의식이 강한 편이라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아이가 나에게 배를 보였다는 건 기분이 엄청나게 좋다는 소리였다.


그건 기회였다. 나는 옷 벗는 것도 잊은 채, 누워있는 고양이의 몸에 귀를 대고 안정을 찾는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고, 그르렁그르렁 하는 목 울림도 귀를 가득 채운다. 종종 꼬르륵하는 귀여운 소리도 들려온다. 간식을 달라는 신호인가? 아, 털의 보드라운 감촉마저 완벽하다. 심지어 향기는 왜 이렇게 좋은 건지!



사람이 행복해지는 데는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고, 나는 그 짧은 순간 동안 격한 행복함에 도취된다. 그래서 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밖에서 어떤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하루의 걱정을 새까맣게 잊고 만다.



고양이라는 존재는 그런 것 같다. 있는 듯 없는 듯 삶의 일부가 되고, 자신만의 속도로 우리의 곁을 머문다. 그렇게 작은 8평 원룸의 구석구석, 과거에서 현실로 이어지는 고양이의 체취와 행동의 잔상들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위로가 된다.



5살 냥 수컷, 유대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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