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무너져버린 우정 앞에서

every moment of life

by 흐를일별진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함께한 시간은 길었고, 서로가 나눈 추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에, 우리는 결코 갈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며 조금씩 변했다. 알게 모르게 서로의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우리는 서로의 관계를 지켜내지 못했다. 스치듯 지나가는 아주 작은 타격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그 타격이 지속된 위화감의 정체를 밝혀냈다. 결국 그렇게, 우리가 쌓아온 성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성을 쌓기 위해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성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의 관계는 탄탄한 토성이 아닌, 그저 몇 년의 추억이 만들어낸 모래성이었는지도 모른다. 한때의 행복한 기억에 취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에게 일어났던 숱한 사건들을 모른 척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모두 원인이 쌓인 결과일 뿐인 거다.





나는 무너진 성을 한동안 바라봤다.


우습게도 성은 무너졌는데, 그 성의 토대가 된 한때의 기억은 그대로였다. 사실 나는 관계가 끝나버리면, 좋았던 기억까지 없어지게 될까 봐, 그게 두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추억은 그 자리에 있었고, 지금의 나 또한 변한 것은 없었다.



그래, 추억이 있다면 그걸로 됐다. 꼭 그 시절을 함께한 누군가가 끝까지 서로의 옆에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러니 탓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우리는, 언젠가는 무너졌을 위태로운 성 위에 올라 있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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