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된다는 것
버스 정류장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한 대의 버스가 멈추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과 젊은 학생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렸다. 순식간에 젊은 친구들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윽고 지팡이를 쥔 어르신의 모습만, 영상을 거꾸로 재생하듯 천천히 느릿느릿 내 앞을 지났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나에겐 이상한 습관이 하나 있었다. 길을 걷다 어르신을 마주치게 되면 속도를 낮추는 것. 급할 경우에는 어르신이, 내가 당신을 지나치는 걸 알지 못하게끔 슬쩍 몸을 돌려 이동했다. 다만 여유가 있을 때는 천천히 어르신의 뒷모습을 보며 걸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내 나름대로는 시간에 대한 경의와 예의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할아버지의 속도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걸음의 속도가 말하고 있는 건 시간의 흐름이었다.
언젠가는 나도 나이가 들고, 노화가 시작되고, 젊은 친구들을 따라가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가 올 거다. 한때 100m를 가볍게 뛰고 몸 걱정 없이 마음껏 달리던 때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분명히 올 거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의 속도가 느려지는 때는, 애를 써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어르신에게서 먼 훗날의 내 모습을 봤다. 그리고 나이 든다는 사실이 가장 씁쓸해지는 순간은, 일상의 속도를 실감하는 순간일 거라고 생각했다.
죽음을 걱정한다면 일상의 속도는 최대한 천천히 흘러가는 게 좋겠지만, 가끔은 젊음의 속도가 그리워지지 않을까. 마음껏 삶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던, 젊은 날의 영광이 그리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