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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marenvento Jun 16. 2018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君の膵臓をたべたい

글, 그리고 길


배낭을 메고 길에 오르듯 글과 함께 길에 오른다. 때론 글이 길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서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와 철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오래된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시와 철학자가 된다. 길 위에서 글을 만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누군가 선사해 주는 일상이 선물처럼 모인 우리의 시간. 그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글과 영화를 읽었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여운이 가실 즈음에 다시 책을 넘기고 영화를 봤다. 조금은 낯선 제목과 어쩌면 익숙한 감성이지만 그래도 좋았다. 우리 안에 동심 하나 남아 있어 10대의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다면 나도 그렇게 슬프고 찬란한 하루를 살아냈을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은 모든 사람과 사물에게 '-님'을 붙이는 여학생이었다. 남자 주인공은 그 모습이 세상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언젠가 비슷한 말을 들었다. 내가 세상에 표하는 경의에 자신의 경의를 더하는 마음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글이 더 가까워졌다.


공병문고. 자기와 세상 한 사람만을 위한 기록. 한때 유행했던 교환일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혼자만 알던 공병문고의 글이 남자 주인공과 비밀을 공유한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저자의 관심사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내내 그게 궁금했다. 우리는 때로 독백이 가장 진솔하다고 말한다. 아닐지도 모른다. 비밀을 공유한 누군가에게 한없이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내 그 솔직함이 무언가를 가리기도 한다. 가장 큰 비밀을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차마 전할 수 없는 이야기. 공병문고.


무뎌지고 길들여진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한 체온이 고마운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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