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Petit Prince
글, 그리고 길
배낭을 메고 길에 오르듯 글과 함께 길에 오른다. 때론 글이 길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서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와 철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오래된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시와 철학자가 된다. 길 위에서 글을 만난다.
어린 왕자
우리는 한때 모두 어린아이였다. 지금은 글쎄. 점점 어른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이야기하기가 피곤하다. 모든 걸 하나씩 다 설명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서 보아뱀 속의 코끼리를 보는 법을 잊어버렸나 보다. 그리고 모든 걸 수치로 환산해서 설명해줘야 한다. 어른들은 도무지 바람에 흩날리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집을 떠올리지 못한다. 다만 시세가 얼마인지 들으면 금세 본 적도 없는 집에 경의를 표한다.
어린 왕자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떠올린다. 조종사는 사막에서 어린 왕자를 만난다. 어린 왕자는 뱀과 여우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노인은 바다로 떠난다. 바다에서 상어와 청새치를 만난다. 목숨을 건 사투에서 건져 올린 건 비단 영광스러운 상처만은 아니었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말한다. 이별은 슬프지만 노랗게 익은 보리밭을 보며 어린 왕자를 떠올리는 것. 여우는 그게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미소 짓는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조종사에게 선물한다. 길들여짐이란 이름으로.
사막을 좋아한다면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막을 그리워한다면 아마 조금은 어른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언젠가 사막에 가봐야겠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줌의 여백이 사라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