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found my tribe
글, 그리고 길
배낭을 메고 길에 오르듯 글과 함께 길에 오른다. 때론 글이 길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서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와 철학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오래된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시와 철학자가 된다. 길 위에서 글을 만난다.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
I found my tribe. 책의 원제목이다. 이 책은 조금은 특별한 저자의 가족과 바다수영에 대한 기록이다. 비극을 겪는 아내들. 소원을 비는 우물. 그리고 같은 종족을 찾아 나서는 저자. 그렇게 발견한 자신의 종족들과 함께 저자는 세상 홀로 서 있는 외로움을 묵묵히 이겨낸다. 그녀에게 바다는 종족을 발견하는 공간이자 아픔을 치유하는 공가이며 자신의 종족들과 유대를 형성하는 해방의 공간이다.
군중 속의 외로움은 홀로 남겨진 외로움보다 짙다. 마치 겨울철 피부를 겉도는 이불의 촉감처럼 스스로에게 이질감을 느낀다. 같이 있지만 혼자다. 혼자 있지만 같이 있는 상황이 괴롭다. 저자가 느끼는 무거운 고독. 그런 그녀에게 소원을 비는 우물 같은 친구들은 그녀의 종족이자 영혼의 조각이다. 깊고 차가운 바다에서, 그리고 보름달이 떠오르는 바다에서 그 조각들은 진정한 하나가 된다.
장래를 촉망받던 시한부 남편. 어린 다섯 남매. 집을 점령한 간호인들. 주인을 잃은 집. 피부병을 앓는 개. 섣부른 위로들. 무엇 하나 상상하기 어려운 혼돈이다. 그 속에서 아내와 엄마로 살고자 고군분투했던 그녀의 생채기가 글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나의 생채기가 아물새 없이 또 다른 생채기가 날 즈음 그녀는 바다로 간다. 피부의 모든 감각이 무뎌지는 차가운 바다. 새로운 생채기가 생긴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치유한다.
그녀의 글에 공감했다. 바다와 종족, 그리고 정해진 시간. 모두 울림이 있는 단어들이다. 산만하다는 첫인상을 주던 글이 지금은 무척 좋다. 바다. 여전히 우리의 슬픔은 고요한 바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