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제왕절개와 구개열

by 더디지만 우아하게

사랑하는 아이야,

너의 몸과 마음이 자라듯 나도 그렇게 조금씩 아빠가 되어간다.




제왕절개

출산예정일을 2주 앞두고 마지막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 여느 때처럼 초음파 검사를 하고 의사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선생님은 출산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물으시면서 조심스럽게 아내의 양수 수치가 평균보다 매우 낮다고 말씀하셨다. 자연분만을 시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이와 아내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이고, 무엇보다 자연분만으로 진통을 하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긴급하게 제왕절개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다. 아내도 나도 자연분만을 생각해왔던 터라 고민이 많았지만 의사 선생님과 충분한 상담 끝에 추석을 며칠 앞둔 월요일에 조금 일찍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출산 당일에도 아이의 심박수가 낮아져서 급히 수술시간을 앞당겼다.


구개열

제왕절개를 결정하기보다 더 마음이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다. 출산 전 마지막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의사 선생님이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먼저 부족한 양수 수치에 대해 말씀하신 후에 선생님께서 초음파 사진을 확대해서 보여주셨다. 특히 아이의 코와 입술 주위를 집중해서 보라고 하셨는데 여러 사진들 중에서 하나의 사진에만 아이 입술과 코 사이 오른쪽 부분이 하얗게 보였다. 초음파 사진의 각도에 따라 얼굴뼈의 그림자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구개열 결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때는 구순열, 구개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검색을 해보니 아이가 평생 앉고 가야 할 큰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부터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까지 걱정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지만 가만히 있어도 떨리는 몸을 주체하기는 어려웠다. 출산 당일에는 나를 비롯한 의료진 모두가 긴장상태였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자마자 의사 선생님이 '아이 입천장부터 얼른 확인해 보세요'라고 다급하게 말하는 소리가 수술실 밖까지 들렸다. 다행히 아이는 구개열 결손 없이 건강하게 태어났다. 처음 구개열에 대해 듣고 난 후 정말 많은 정보를 찾아봤고 다른 분들이 올려주신 글이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우리 아이와 유사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 혹시 누군가 기형아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출산 직전 초음파 검사에서 아기의 구개열 결손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마음이 어렵겠지만 우리 아이처럼 단순한 그림자에 의한 음영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7. 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