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야,
너의 몸과 마음이 자라듯 나도 그렇게 조금씩 아빠가 되어간다.
우리 아이는 추석을 며칠 앞두고 세상에 태어났다. 덕분에 가족이 병원에서 추석을 맞았다. 아내가 갑작스레 제왕절개를 하게 되어 입원기간이 길어졌지만 다행히 출산휴가를 더해 2주를 병원에서 아내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추석 오후, 신생아실에서 수유를 하고 방으로 돌아온 아내의 얼굴빛이 무거웠다. 아내의 말로는 아기가 어제 저녁부터 혈변을 보고 있어서 우선 특수분유로 바꿔보고 그래도 문제가 지속될 경우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혈변도 당황스러운데 대학병원이라는 말이 나오자 마음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신생아실에서 요청한 특수분유는 매일유업의 앱솔루트 에이치에이 분유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고위험군 영유아를 위한 조제식품'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이제 겨우 3일이 지났을 뿐인데... 고위험군이라니... 어려운 마음을 추스르고 분유 재고가 있는 대형마트를 수소문해서 분유를 사왔지만 아이의 상태는 좀처럼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아내가 수유하러 갈 때마다 아이의 상태를 물었지만 계속 혈변이 나오고 있어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말만 반복해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는 생후 2-3일부터 총 12회의 혈변을 봤고, 약 2주 동안 한 통하고 절반 정도의 특수분유를 먹었다. 그리고 생후 29일을 지나는 오늘, 아기는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구개열 결손 때와 마찬가지로 신생아 혈변으로 정말 많은 검색을 했었다. 심각한 내용의 글을 볼 때면 마음이 무너지다가도 별일 아닌 듯 지나가는 글을 보면 이내 마음이 놓이곤 했다. 신생아 혈변은 위험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혈변은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원인이 분명하지 않기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아이의 혈변의 원인을 알지 못하지만 그저 그 어려움을 잘 견뎌준 아이와 아내, 그리고 의료진에게 감사할 뿐이다. 항상 의연한 부모가 되겠다 다짐하지만 매번 휘청인다. 너 때문이다. 항상 마음 졸이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발견한다. 너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