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왜 자꾸 나만 안 되는 거야

2025.07.01.(화)

만 8개월의 둘째를 키우다 보면 만 4살의 첫째도 아직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변의 염려와는 달리 감사하게도 첫째는 둘째에게 크게 질투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여느 또래 아이들에게 보일법한 '이거 내꺼야', '내가 먼저 할 거야', 정도로 동생에게 물려준 장난감에 소유욕을 보이지만 이내 아내나 내가 둘째 목소리인척 '언니~ 이거 잠깐 빌려도 돼?'라고 하면 흔쾌히 빌려준다.


조금 어려운 순간은 오히려 동생을 정성껏 돌봐주려고 할 때다. 첫째는 나와 아내가 둘째에게 해주는 모든 걸 자기도 동생에게 스스로 해보길 원한다. 요즘은 이유식을 주거나, 머리쿵 쿠션을 채우거나, 떡뻥 같은 간식을 주는 일에 열심을 낸다. 다만 첫째 아이와 우리가 생각하는 '정성껏'의 기준이 다르기에 곤란한 순간들이 생기곤 한다.


첫째 딴에는 동생이 예쁘기도 하고 부모인 우리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더 열심을 냈을 텐데, 평소에는 웃으면서 지나가던 일도 둘째의 기분과 아직은 조금 서툰 첫째의 몸동작이 만나면 둘째는 울음을 터트리기 일쑤다. 자연히 우리는 모로반사처럼 둘째를 달래면서 첫째의 행동을 제지하게 되고, 첫째는 되레 억울한 마음에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걸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더 그 행동에 집착하며 슬픔을 토해낸다.


보통 이런 경우에 좋아하는 웃음거리로 바로 기분을 풀어주거나, 첫째가 화가 나서 울거나, 억울해하며 다른 방에 숨거나, 그 행동에 계속 집착하며 버티다가 강제연행(?)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얼마 전 비슷한 상황에서 첫째가 울지도 않고 감정에 초연한 듯 담담한 목소리로 '왜 자꾸 나만 안 되는 거야'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놀이방에 가는 모습을 우연히 마주쳤다. 그 순간 뭔가 무거운 큰 돌덩이가 가슴에서 철컹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행여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순간이 오더라도 서로 등을 기댈 수 있는 부모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런 나의 아이의 '왜 자꾸 나만 안 되는 거야'라는 무덤덤한 독백이 더 무겁고 아프다.

매거진의 이전글#13. 꼬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