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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우와한 인생

2025.07.28.(월)

by 더디지만 우아하게

결혼 초에 '아이를 나으면 우아하게 살긴 쉽지 않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둘째를 계획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물론 출산을 반대하거나 부정하는 의미는 아니었다. 인생의 선배로서 내가 조금 더 규모 있고 여유 있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준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고 믿는다. 일면 공감이 가는 말이다. 부부가 열심히 일해야 할 시기에 아이를 낳고, 이제 조금 육아에서 자유로워질 즈음에 다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똥 묻은 기저귀를 갈고 낮잠을 재우기 위해 씨름하고 티니핑의 이름을 못 외운다고 핀잔을 받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는 하루가 혹자가 말하는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하지만 투박한 나의 하루에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우와!' 하며 감탄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우아하지 않아도 우와한 인생, 내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일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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