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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May 12. 2017

씨앗

비가 오면

오랜만에 글을 쓴다. 다양한 관심을 가졌다는 말이 좋다. 그런 사람들이 좋고 그런 내가 좋다.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좋다. 나는 그들에게도 관심이 많으니까. 혼자 여행을 다녀도 좀처럼 외롭거나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하나의 이유일 수도 있겠지.


씨앗이라는 말이 좋다. 이유는 글쎄. 가능성? 미래?라는 멋진 말로 포장해도 좋겠지만 사실 그런 이유는 아니다. 씨앗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정작 씨앗을 떠올리지 않는다. 대신 적당한 수분을 머금은 흙과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는 초록 새싹이 떠오른다.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흙과 새싹이 좋을 수도 있는데 유난히 씨앗이라는 말이 머리와 입가에, 지금은 손가락 끝 자판에 맴돈다. 


내가 심은 씨앗들은 잘 자라고 있을까? 땅에 심은 씨앗들, 그리고 마음에 심은 씨앗들까지. 모두 안녕하길. 


비가 좋다. 씨앗을 아끼는 마음과 비에 대한 그리움은 서로를 닮았나 보다. 슬픔으로 흘린 나의 눈물이 비가 되어 씨앗을 자라게 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나는 제법 눈물이 많은데 그럼 너는 얼마나 자랐니?


흙내음, 바람, 비, 그리고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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