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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Mar 07. 2017

길을 잃다

단 하루를 살았던 것처럼

실패를 모르는 예언과 기우제가 있다. 모든 사람은 죽음을 마주한다는 예언. 그리고 비가 올 때까지 멈추지 않는 인디언의 기우제. 여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생애 한 번은 길을 잃는다.


길을 잃었다. 한 걸음도 내딛기 어렵다. 돌아가기에도 전진하기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주저앉고 싶다. 이내 이 곳으로 이끈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 길을 잃는다. 누군가 길을 잃은 적이 없다고 한다면 단 한순간도 살아보지 않았노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길 위에서 태어나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저마다 가슴에 품은 시작과 끝은 다르겠지만 그 길 위에서 휘청이지 않은 사람 어디 있을까. 세상이 바람이라면 우리는 그 위에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으면 갈대가 아니다. 오르지 않으면, 그리고 헤매지 않으면 그것 또한 길이 아니다. 


길을 잃었다면 그저 길을 잃었을 뿐이다. 그저 길만 잃었을 뿐이다. 다른 것을 잃지는 않기를. 하늘과 별, 더하기 사막. 누군가 길을 잃었다면 오롯이 순간을 살았노라 말하고 싶다. 단 하루를 살아도 단 하루를 살았던 것처럼. 




길 위의 너와 나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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