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 트라우마에 대하여

2021.11.21

by 장준

To. 언젠가 불현듯 찾아올 너에게


사람이 만나면 인사를 하듯이, 이 책을 너한테 반가운 마음으로 인삿말을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 싶구나. 너를 무엇이라 부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너의 결정이 아니라 나의 결정이 되겠지. 이 책에서는 너를 아가라고 불러보도록 하마. 조금은 낯부끄런 이야기가 되겠지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나는 세상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단다. 내가 너를 만날 기회가 있듯이, 반대로 헤어지는 순간 또한 존재하지 않겠니.

우리가 어머니의 탯줄을 자르고 태어나 제 부모를 만나고, 자라나며 친구들을 사귀며, 성인이 되어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타인을 만나곤 하잖니. 노트에 글을 쓰듯이, 빼곡히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가며 너의 삶의 이야기를 펼쳐나가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 삶의 여백은 그렇게 많지는 않단다. 내가 원하는 것들, 필요한 것들, 중요한 것들을 적어가는 과정에서 종이가 모자랄 때가 있단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적기 위해 이전의 이야기를 지워나가겠지? 삶 속에서 인간관계 또한 그러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단다.

언제는 너가 원치 않은 이야기를 적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단다. 내가 원치 않은 일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하는 일은 끔찍한 고문과도 같단다. 여름철에 물린 모기 자국처럼 자꾸만 가렵고 신경쓰이기 마련이거든. 고통스러운 일을 잊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단다. 이 말이 아픔을 경시하는 말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몸의 상처는 나아지기 마련이지지만 마음의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는단다. 허리가 굽은 곱추의 척추를 올곧게 세우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듯이, 이미 겪은 일들을 되돌리는 것은 힘들단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내려지는 법칙이 아닐까?

마음 속 짐들과 쓰라림은 듣기 싫은 비디오 테이프처럼 끊임없이 반복되곤 한단다. 나의 친구 중 많은 사람들은 신에게 기도를 하며 역경이 저절로 지나가기를 바라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시끄러운 잡음을 내는 라디오가 거슬린다면 귀를 막기 보다는 라디오를 저 멀리 던져버리라고 말하고 싶구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라디오와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본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 단언하고 싶구나. 약을 발라 치료할 수 는 없지만 우리가 아픈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특히 아픈 마음의 일부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안다면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내가 나이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느끼며 배운 것들이 있단다. 이것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되었단다. 이 책을 통해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단다. 그게 이 책의 이유이자 전부란다.


나는 너가 항상 행복하길 바란단다. 인생은 살아가며 겪은 것들에 대해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이란다. 너의 여행은 즐겁기도, 기쁘기도, 놀랍기도 하겠지. 하지만 즐거운 생일파티에 초대 받지 않은 불청객이 눈치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더러 있단다. 그럴 때면 너는 분노하기도, 짜증나기도, 울고 싶기도 할 것 같구나.

세상의 모든 것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단다. 사람들은 즐거운 기분이 좋은 것이라고 여기곤 하는데, 그것이 항상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안단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즐거움은 마음이 들뜨고 하늘높이 날아다니는 행복감이지만, 높게 마음이 날다가 떨어진다면 즐거웠던 만큼 너의 마음은 산산조각나며 깨져버릴 것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해지길 바라지만, 반대로 자신의 불행함을 다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단다. 이 점을 유념해 보면 좋겠구나.

우울하고 짜증나는 것은 반대로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란다. 삶이 너를 힘들게 이끌어가며 이리저리 휘둘릴때 너는 좌절할 수도, 분노에 차오를 수도 있겠지.


나는 어렸을 적에, 삶이 나를 버리고 지나쳤다고 생각했었단다. 그것에 대해 분노하며 화가 났었단다. 하지만 기차가 그러하듯, 다음의 기회가 널 찾아올거야.

기차를 놓쳤다면 다음 기차를 기다리며 느긋하게 앉아있어도 보고, 콧노래도 흥얼거려보고, 남들이 없다면 너의 사진도 찍어보며 귀여운 척도 해보고 그려렴. 자아도취를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방식에 따라 재밌어 질 때가 많단다.


인생은 정해진 순리대로 달려나가는 철마가 아니란다. 세상의 모든 계획은 선로를 벗어나 틀어질 때가 존재한단다. 그 속에서 방황하며 길을 찾아나서겠지. 하지만 방황한다고 하여도 너가 틀린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은 아니란다. 너가 스스로 발걸음을 내딛어 걸어가는 곳은 그 자체로 옳은 선로가 됨을 나는 알고 있단다. 그 길을 남이 정해준대로 따라가게 너 자신을 내버려두지 말거라.


아가야, 나는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 너에게 정보와 지식을 줄 수는 없단다. 마치 내가 명문대를 가지 못했다면 너에게 명문대를 가르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없겠지. 그것처럼 너에게 너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충분히 알려주지 못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단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나만의 정보를 너에게 말을 해주려고 한다. 이것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너에게 달렸단다. 이것이 너를 행복하게 해줄수도 있고, 불행하게 할수도 있단다. 어쩌면 아무 감흥도 없을 수도 있겠지.


과학을 단순히 고리타분한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 말해주고 싶구나. 과학은 "같은 조건하에,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 어떻게 하여도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단다. 넓디 넓은 세상의 법칙들에 대하여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적어 보려 한단다.


이 책을 통해서 너가 과학에 대해 해박해지길 바라진 않는다. 너가 똑똑해지길 바라는 것도 아니야. 현명한 사람이라 한들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박사들은 행복에 가득찬 사람들이어야 하겠지.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있지 않니? 나는 앞서 말했듯이 너가 과학에 대해 알아가며 행복해졌으면 한단다.

행복으로 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지식이 너에게 효과적이기를 바라며 글을 적어보마. 이게 책을 쓰게 되는 이유란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하며 너에게 이야기를 하나 하며 말을 끝맺어보려 한다. 나는 최근 우울하며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단다. 때로는 피곤에 찌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단다.

아가야, 너를 맞이하는 일은 정말이지 기쁘고 축복해야 마땅한 일이란다. 하지만 너가 갑작스레 다가올 생각을 할 때면 덜컵 걱정이 앞선단다. 그 이유는 너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야. 과연 내가 너를 책임질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일까? 한 생명을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일까? 수 많은 걱정과 고민들이 머릿속에 엉킨 실타래마냥 있는 기분이 들곤 한단다.

허나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단다. 너를 만나고 너를 맞이하는 그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이 될 것이란다. 너라는 존재는 내 마음을 항상 설레고 떨리게 만든단다. 그것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구나.


너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너라는 존재를 만난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란다. 나는 너에 편에 항상 서있을테니 삶이라는 멋진 악보를 너만의 방식으로 연주해나가는 한 명의 인간이 되길 바란단다. 너라는 존재를 다른사람이 함부로 대하도록 내버려두지 말으려무나. 너는 소중한 존재란다.


내가 겪은 힘듦을 너는 겪지 않았으면 한다. 삶이 좀 더 너에게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길 기도하며 글을 마친다.


From. 사랑하는 너의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