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편지 - 시지프스 신화

2021.11.25

by 장준

To. 골고루 잘 먹고 컸으면 좋겠을 아가에게


아가야! 오늘 잠은 잘 잤니?

밥 먹고 잠을 자는 것은 기초적인 일이지만 많은 현대인들이 이것을 경시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

심지어 조금 자고 덜 먹는 일을 "자신이 노력한 힘듦"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구나.

아가야! 너는 밥도 잘 먹고 잠도 푹 잤으면 좋겠구나!


네가 편식을 하는 것에 있어서 큰 신경을 쓰진 않도록 약속하마.

나조차도 초등학교 내내 먹을 것으로 투정을 부리곤 했거든. 내가 하지 못한 일을 너한테 요구할 수 없잖니!

나는 어렸을 때 북엇국이 참으로 싫었단다.

내 어머니는 어렸을 적에 북엇국을 식탁에 올리곤 하였단다. 아가야, 너가 어른이 되면 술을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술을 마시고 나서 그 다음날 시원하거나 매콤한 국물로 해장을 하는 것이 기분좋아질 때가 많단다! 나는 술을 마시고 나서 북엇국처럼 맑은 탕을 마시는 것을 좋아한단다. 해장하며 매콤한 국물을 마시는 것도 좋아해.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일 밖에 모르는 일개미 같이 보였단다. 나는 우리 엄마가 나랑 놀아주길 바랬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아.

어머니는 집안에 많은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는걸 이제 나는 안단다. 삶을 살아가며 돈을 버는 일은 때로는 가혹한 책임을 요구하기 마련이거든.

나는 우리 엄마가 나에게 '잘 사는 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잘 하고 있다'는 응원의 말을 원했던 것 같아. 우리 엄마는 항상 내가 무능력하지 않은 사람이 되길 바랬던 것 같구나.

어렸을 적에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마냥 짜증나고 답답하게 만드는 소리로 만들곤 했단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엄마의 말들이 이해가 되더구나. 그렇다고 너한테 잔소리를 할 거라는 소리는 아니란다!


'시지프스 신화'라고 들어 보았니?

신에게 덤비려 했던 한 명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란다.

시지프스란 사람이 번개의 신 제우스가 저지르는 만행을 우연히 보게 되었단다. 그것을 폭로하는 대가로 마을의 풍요를 받았단다.

당연히 제우스는 이를 마땅치 않아했고 죽음의 신 타나토스에게 시지프스를 죽여라고 명령했단다.

시지프스란 사람은 이를 계산하고 있었는지, 자신을 찾아온 타나토스를 역으로 잡아서 포박했고 감금했단다. 세상은 타나토스가 없어지자 혼란에 빠졌단다!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모든 세상의 일들이 망가지기 시작했어.

많은 신들이 죽음이 사라진 탓에 세상의 질서가 사라졌다고 항의했단다. 제우스는 타나토스가 시지프스에게 잡혀있는 것을 깨닫고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타나토스를 구출하도록 했단다.

시지프스는 생각보다 쉽게 잡혔어. 이것은 시지프스가 계획한 일이었단다!

시지프스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타나토스를 잡은 이유는 사랑하는 나의 아내가 나의 죽음에 대하여 장례식도 치르지 않아서 너무 분노해서 충동적으로 그랬다"고 하며 타나토스에게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단다.

타나토스는 그러한 시지프스의 사정에 동정하며 자신을 붙잡고 감금한 시지프스를 용서했단다.

타나토스는 이내 시지프스에게 유예기간을 줄 테니 잠깐동안 지상에 올라가서 "아내에게 장례를 치르라 말하고 오라"고 했단다.

시지프스는 이 또한 예상했던 일이었단다. 사실은 시지프스가 아내에게 "내가 죽을 때면 장례를 치르지 말고 나를 강가에 시체를 던저버려라"고 말했기 때문이야. 자신의 장례를 빌미로 지상에 돌아올 대비책까지 만들어 놓은 것이었지.

시지프스가 오지 않자 타나토스는 지상에 나가 그를 찾았단다. 거짓말을 하여 신을 속인 것을 깨달은 것을 알고 분개하며 제우스를 찾아가 그를 엄벌에 처할것을 요구했단다.


제우스는 신을 기만한 시지프스에게 고통스러운 형벌을 내렸단다. 흔히 '쇠똥구리 형벌'이라 불리는 이 형벌은 산 꼭대기에 커다란 돌멩이를 세우는 일이었어. 하지만 산 정상은 너무 협소한 나머지 돌을 정상에 올려놓으면 저절로 반대쪽으로 굴러 떨어지도록 설계되있었단다.

그렇게 시지프스는 신을 기만한 대가로 평생을 돌을 굴리며 산 정상으로 올리는 일을 하게 되었단다.

이렇게 끝이 없고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일을 시지프스의 형벌에 비유하곤 한단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시지프스의 형벌에 가장 가까운 일은 아마 집안일이 아닐까 싶단다.

항상 밥을 하고 찬거리를 만들며, 옷을 빨고 말리고 개고, 바닥을 쓸고 닦는 일은 마치 평생 반복해야 할 일이 된단다. 집안일을 하는 가정주부를 얕보지 말거라! 집안일처럼 고된 일은 없단다.

항상 같은 시간에 밥을 차리고 항상 같은 자리에 옷을 개어놓는 것은 주부의 고된 노동의 결과란다. 그래서 나는 네가 너의 일은 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자신이 먹은 밥은 네가 만들지 못할지라도, 밥그릇은 깨끗이 씻어놓도록 하면 기쁜 일이 되겠구나!


아가야, 오늘은 내가 대학교 근처 숙소에 올라와서 숙박을 하고 있단다. 내일 대학교에서 개최하는 포럼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하고 연습중이란다. 사실 아빠는 나 자신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을 좋아해서 발표를 준비하되, 노력하지는 않는단다. 무언가 준비하고 외우면 되려 떨려서 까먹곤 하거든. 전반적인 맥락을 외운 후 발표할 때 나를 있는 그대로 나타내려고 한단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오늘 대학교 근처에서 방을 잡고 쇼핑을 하는데, 글쎄 젊은 전화기 판매원이 나에게 와서 "형, 가까이 와보셔요"라며 나에게 핸드폰 요금을 바꾸라고 권유하며 느닷없이 손을 잡고 판매점에 들어가는거 있지! 사실 나는 거부하며 나올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럴 수 없었단다. 그 사람이 무섭거나, 당황했다기 보다는 세상 신기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아빠는 사람을 만나오면서 사람을 정신역동적 접근을 활용하여 분석하는 것을 좋아한단다! 말이 어렵지?

간단히 표현하면 사람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보아도 좋단다.

내가 그 사람에게 흥미를 느낀 이유는 여지껏 만난 사람 중에서 상당히 솔직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란다.

나는 판매점에 들어가 그 사람이 "자신이 팔 제품이 얼마나 좋고 당신에게 좋은지"를 몇 십분동안 설명했단다. 나는 그걸 유심히 지켜봤어.

몇 분이 지나자 그 사람은 당연스레 자신의 상품을 결제해드리겠다고 했어.

나는 그 사람에게 "솔직한 사람 같으니 솔직히 말해보겠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말을 했어.

그 사람은 떳떳하게 "일정 판매량을 팔아야 집에 갈 수 있다"라고 하더구나. 거짓말로 상품을 팔기보다 솔직히 대하는 면모가 너무 재밌어서 웃었단다.


나는 "폰은 최근에 바꿨으니 그냥 내 지갑에 있는 돈을 드리겠다"라고 하더니 "제가 나쁜사람도 아니고 무슨 돈을 받습니까?"라고 말하더구나. 거기에 내가 "폰을 나한테 강매하는 것은 그렇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말했어. 그랬더니 잠시 고민하더니 "지갑에 얼마 있으신가요, 형님?"이라고 말하더구나! 뻔뻔하면서도 솔직한 사람이라서 웃겼단다.

판매원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맨 돈을 강탈해 가는 것은 미안했는지 그러고 싶진 않다고 하더구나. 나는 "내 입장에서는 당신이 핸드폰을 강매하는 것이나, 지갑에 있는 돈을 훔쳐가는 것이나 똑같은 일이다."라고 말하더니 그 사람은 이내 "대신 그러면 치킨이라도 한 개 사달라"고 말하더구나.

내가 바보같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재밌어서 치킨을 하나 사주었단다. 정확히 19,000원 짜리 치킨이었어. 그 사람은 감사하다며 말하고 나를 마중해주며 고맙다고 인사하더구나.


이 말을 들으면 네가 나를 너무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느낄수도 있을 것 같구나.

아가야, 아빠는 가끔 바보같이 구는 것을 좋아한단다. 그게 때로는 재밌기도 하거든.

아가야, 네가 충분히 상황적으로 여유롭다면 가끔은 너 답지 않게 행동하기도 해보려무나. 그것은 꽤나 인생에 있어서 신기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 될 거란다!


오늘은 너에게 사람을 쉽게 분석하는 법을 알려주도록 하마.

감정에는 종류가 다양하지 않니?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마주하면 다양한 감정이 들거야. 상대방도 너에게 감정을 느낄 거야.

어제 내가 Persona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었지?

사람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쓰고 있는 가면을 파악하고 어떻게 당사자가 그런 가면을 만들었는지"를 맞추면 된단다. 이것을 알아가기 위해 너는 네가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 그리고 타인이 너에게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집중해보렴. 두 가지 감정의 방향은 타인의 가면이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단서를 줄 거란다.

타인의 가면을 벗기고 속내를 파악하면 사람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불쾌해 하기도 한단다.

자신의 과거와 본질을 들키는 일은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거든.

나는 타인의 가면을 벗기는 일을 "타인의 목젖을 건드리며 구토를 유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단다.

그 사람의 목젖을 건드리면 그 사람은 크게 반응하며 힘들어 할 것이고, 그 부분을 깊게 찔러버리면 된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인이 쓰고 있는 가면을 맞추기 위해 네가 '완벽한 정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란다. 반대로 네가 가정한 타인에 대한 가설을 맞춰가며 수정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지.

만약 타인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또는 극구 부인한다면 너의 가설을 수정하며 다른 부분을 찔러보도록 하렴.


이러한 과정을 심리학에서는 "정신 분석적 성격 역동 탐색 또는 정신역동적 공식화"라고 한단다.

네가 이것에 대해 알게 된다면 사람을 대하는 것이 꽤나 재밌어질 것이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란다! 사람들을 만나며 진정성있게 타인을 대하다 보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 빤히 보일때가 있단다. 너의 직관을 믿으렴!


하지만 네가 너 자신에 대해서도 모른다면 타인을 알 수 없단다. 본인 조차도 스스로를 모르면서 타인을 알 수 있겠니? 타인을 알기 전에 네가 자신을 사랑하고 잘 보듬는 어여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너는 충분히 사랑스러운 사람이란다!


아가야, 우리가 의사나 공무원 같은 권위적인 직업을 거짓말로 사칭하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어째서 우리는 거지나 바보같은 어리숙한 사람을 거짓말로 사칭하는 것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을까?

거짓말은 양날의 검이라 표현하곤 한단다. 거짓말이 나쁜 것은 아니야.

다만 아빠가 말하고 싶은 것은 거짓말을 마냥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부풀리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구나. 때로는 너 자신을 나쁜 사람인 것처럼 말해보는 것도 꽤나 좋은 전략이 되곤 한단다.


거짓말을 하기 싫다면 하지 말으려무나. 아빠는 살아오면서 많은 거짓말들을 해왔단다. 얼떨결에 거짓말을 할 때도 있었고, 의도하고 작정하고 속이려 거짓말을 한 적도 있단다.


아가야,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지마는 너의 마음속에 있는 솔직한 감정을 따라가는 것은 흐릿한 세상에서 길을 찾아가게 해주는 이정표가 된단다. 네가 원해서 걸어가는 길은 언제나, 어디가 되었든 간에 그 길 자체가 옳은 길이 될 거란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허상을 바라보며 남들이 만들어놓은 목표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곤 했단다. 남들이 달려가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너 까지 달려야 한다는 이유가 될 수는 없어.


아가야, 너는 네가 원하는 길을 가려무나. 그러다 보면 너를 부르는 사람이 있을거야.

남들의 부름에 응답하여 걸어가는 것은 멋진 일이란다. 인생은 꼭 여행과도 같아! 재밌는 산책처럼 세상을 구경하는 과정이란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휴식하며 주변을 둘려보렴!

네가 눈치채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시야에 들어올 거란다.


아빠는 요즘 살을 빼고 있단다. 오늘 고구마와 무가당 탄산수를 먹었는데, 사실 배고프단다.

살을 빼는 이유는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복근을 만드는 것이였거든!

'지금처럼 젊을 때에 몸을 가꿀 수 있지, 언제 내가 몸을 가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건강한 식단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사랑하는 아가야, 나는 심리학을 공부한단다.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 강조하지만, 반대로 외적인 어여쁨도 중요하단다. 얼굴이 예쁘면 미운짓을 해도 용서가 될 때가 있거든. 그렇다고 내면의 모습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5:5 정도로 비율을 나누어 본다면 어떨까?


나는 귀여운 사람을 좋아한단다. 멋진 사람도 좋고, 솔직한 사람도 좋단다.

나와 비슷한 사람도 좋지만, 나와 전혀 다른 사람도 좋단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나와 딱 맞물리며 돌아가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곤 한단다.

사람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나의 아픈 부분까지 예뻐해줄 사람이 존재한다면 참으로 기쁜 일이겠구나!

헌 짚신짝도 제 짝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너의 짝도 있겠지!

아가야, 너는 어떤 짝꿍을 만나 살아갈지 궁금하구나.


짝꿍을 함부로 대하지 말면 좋겠다.

짝꿍과 함께 세상이라는 멋진 악보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추는 즐거운 삶을 살길 바란다!


From. 골고루 못 먹고 있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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