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섯 번째 편지 - 이카루스의 날개

2021.11.26

by 장준

To. 축복과 사랑 속에서 나타날 아가에게


아가야! 오늘 기분은 어떻니?

아빠는 지금 만석인 열차를 타고 본가로 가고 있단다.

오늘 대학 포럼에서 상을 탔는데 기분이 홀가분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한 마음이 드는구나!

기차 창 밖으로 자몽색깔의 거무튀튀한 날씨가 마치 내 마음이랑 똑같아서 재밌구나.


상을 탔음에도 기분이 공허한 것은 다름아닌 포럼에서 나타난 나의 모습때문이란다. 아빠는 심리, 복지, 교육, 의학 분야쪽으로 다양하게 책을 읽곤 하였단다.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자랑거리기도 하지! 2021년인 지금에도 종이책을 읽는 사람은 드문데, 나를 들어내는 독특한 방식인 것 같아서 나를 표현할 때 항상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나 자신을 타인에게 소개하기도 한단다!


포럼 학술대회에서 다른 사람들의 발표에 관심있게 듣고 분석하며 질의응답시간에 질문을 던졌는데, 나를 제외한 단 한명의 학생말고는 8명의 발표자들이 아무도 질문을 안하더구나!

아빠는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비판하며 이상한 점을 짚곤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나를 쳐다보더구나! 마치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단다.


아빠는 기계공학과 수학, 그리고 역사 이 세 가지 분야를 제일 힘들어 한단다. 이 분야들은 나랑은 잘 맞지는 않더구나.

발표는 8팀이 진행하였는데, 그 중 4팀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착안한 수업을 고안해왔더구나. 나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알고 있지만, 타인에게 자신있게 설명할 정도는 아니란다. 그래서 꽤나 이해하는데 어려웠단다.


가장 공허하게 나를 만든 것은 교수님들의 반응이었단다. 아빠는 종이를 준비해 10분간 '저출산 해결을 위한 청년층의 취창업'방안에 대하여 설명했단다. 교수님들은 정말 좋은 방안이라고 칭찬했어!


나는 발표를 마치고 홀가분히 쉬었단다. 곧이어 시상식이 있었는데 참가상을 탔단다. 참가상도 상이면 상이겠지...?10만원을 받았단다!

아빠가 어제부터 포럼을 준비하며 오늘까지 10만원 정도를 썼는데, 딱 쓴만큼 벌어가는구나.


등수가 나를 매기는 점수가 될 수는 없지만, 교수들이 얄미웠단다. 나를 그렇게 칭찬하며 기대시켜 놓고는 참가상을 주다니! 내심 1등은 아니어도 꼴등은 아니길 바랬는데! 마음 한 편으로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단다.


아가야! 네가 나중에 학술대회나 컨퍼런스, 또는 학술포럼에 참가하게 되면 많은 먹거리와 간식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란다! 아빠는 그런 공짜를 너무 좋아한단다. 탐욕이 많은 것도 있지만, 나를 위한 것은 아니란다.


내 어머니, 너에겐 할머니겠구나! 우리 엄마는 출장을 자주 다니셨는데, 오실 때 꼭 먹을 간식거리를 챙겨오곤 하셨단다. 나는 간식을 먹는 것이 너무나도 좋아서 철 없게도 엄마가 매일 출장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단다. 우리 어머니가 비닐봉지에 싸오신 자그마한 과자뭉치들이 아직도 새록새록 기억난단다!


그래서 나는 이런 공짜 과자나 먹거리를 항상 잔뜩 싸오곤 한단다. 내가 먹기보다는 집으로 가져와 가족들에게 주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야. 마치 내가 산타클로스가 된 기분이란다!


아빠가 얄미운 마음에 다른 발표자들이 떠나고 남은 간식들을 훔쳐가려 할때, 나를 칭찬한 교수님들이 나와서 그 모습을 보고 웃더구나! 흔쾌히 간식들을 전부 훔치는데 도와주셨단다.


그 중에서도 교육학 전공 담당 교수님이 나에게 대안학교 출신이냐고 묻더구나. 대안학교는 현대사회에서 발전한 형태의 특수한 교육방식을 채택한 학교란다. 말 그대로 기존 중고등학교 과정을 대안할 수 있는 특수학교란다.


아빠는 그 말이 퍽 기분나쁘게 들렸단다. 내가 특이하다는 말을 자주 듣긴 했지만, 대안학교 출신이냐는 말이 나한테는 칭찬처럼 들리진 않았거든. 마치 "너 되게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이구나?"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단다. 그렇다고 대안학교 출신이 그런 독특하고 요상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생각하면 곤란해! 교수님이 말하는 어감이 그랬다는 거란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아빠는 기분이 너무 이상하단다. 나는 어릴 때부터 독특하고 유별난 사람같다는 말을 항상 들었어. 그게 나만의 특별한 재주라고 느껴져서 나 자신을 나타내며 스스로 자존심이 높아지곤 했단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항상 실패했단다. 일을 잘하는 편도 아니고, 좋은 대학을 간 것도 아니야. 오늘 상을 잘 탄 것도 아니지. 1등을 하는 사람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생각이지만, 그래도 살면서 1등을 한 번 해보고싶단다. 살면서 한 번 정도는 1등을 해보고싶은데 그것이 맘처럼 쉽지 않구나.


오늘은 내 투정이 길구나! 네가 태어날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기차를 타고가며 창 밖을 볼 때 느껴지는 오묘한 감정을 너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반 쪽 나눠주고 싶구나!


집을 떠날 때 올라타는 차가운 공기 속에 가벼운 발걸음과 집으로 돌아올 때 피곤에 찌들어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덜컹거리는 열차에 몸을 맡기는 느낌은 사람을 오묘하게 만든단다.


아빠 시대에는 유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라는 사람이 제 3의 물결이 도래했다는 말을 했단다! 간단히 말하면 4차 산업시대에 도달해 세상이 고도로 복잡해졌다는 말이란다.


거지동냥 하던 거렁뱅이가 유튜브 채널에 나와 억만장자가 되기도 하며, 돈 잘버는 의사가 수억원을 빚지고 폐업하는 기상천외한 세상이 되었단다! 이전까지 명문대학과 공무원 시험이 전부였던 세상에 천재지변이 일어나고 있어! 아빠가 어릴 때만 해도 앉아서 공부만 해도 성공하는 시대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앉아만 있으면 망하는 시대가 되었단다. 아빠는 이런 상황이 싫지도, 좋지도 않아. 많이 혼란스럽단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내 딴에는 많이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직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혼란스럽구나.

오늘 참가한 학술포럼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집에 가서 다시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그래도 기쁜 점은 나를 아껴주는 가족과 어여쁜 고양이 두 명이 나를 반길 거라는 것이야. 고양이에게 줄 간식들과 침구류들을 잔뜩 샀단다! 하얀 눈송이가 밥을 잘 안 먹던데, 간식이라도 솔찬히 먹어주었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너라는 존재를 만나고 죽고 싶구나. 아빠가 열심히 공부하며 네가 배곪지 않도록 열심히 돈도 번듯이 벌고 일도 하도록 노력하마!

내가 굶을 지언정 네가 밥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구나. 먹는 것과 자는 것조차 여유롭지 않은 사람의 각박한 심정을 너는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아가야!

네가 반짝이는 태양처럼 빛나는 존재가 된다면 참으로 멋진 일이 되겠구나! 다만 태양을 지긋이 바라보면 빛에 눈이 멀어버리듯, 너무 먼 곳을 오래 바라보지 말으려무나. 휘향찬란한 빛을 동경한 이카루스의 이야기가 생각나는구나!


어제 시지프스의 줄거리를 말했으니 오늘은 결론만 말해보마! 이카루스가 팔에 새털을 붙여 새처럼 하늘을 향해 날아갔단다. 너무 재밌고 기쁜 나머지 저 높이 날아 태양을 좇아 하늘로 날라갔는데, 태양에 눈이 멀고 햇빛의 열기에 새의 깃털이 녹아내려 추락했단다.


너무 높은 곳을 올라가면 그만큼 충격이 크기 마련이란다. 네 계획이 크다면 그만큼 커다란 파도가 너를 덮쳐올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으려무나.

네 꿈이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네가 날 수 있도록 날개를 붙이는 사람이 되도록 하마! 멋지게 네가 날아오르는 존재가 되도록 기도하고 축복하마.


From. 너를 축복하고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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